[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글 쓰는 의사' 남궁인 씨

"비극의 연속인 응급실 일상…삶과 죽음의 경계선 그렸죠"

지독한 하루
‘글 쓰는 의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인 남궁인 씨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가 쓰는 글은 주로 응급실에 관한 얘기다. 그는 급작스럽고 끔찍한 사건·사고를 겪고 병원에 실려 오는 이들을 살려내기 위해 매일같이 분투한다. 그의 두 번째 책인 《지독한 하루》(문학동네)는 매일의 비극을 정면으로 목격할 수밖에 없는 응급실 의사의 시각에서 인간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 기록한 글을 모았다.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했다.“누군가의 평범하고 안온한 하루는 누군가의 지독한 하루이기도 합니다. 그런 지독한 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환자와 의사의 하루하루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새벽 응급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자리한 공간이다. 온몸이 골절된 생후 2개월 아기, 선천적으로 뇌에 주름이 없는 탓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11살 아이, 공단에서 발생한 화재로 온몸이 불에 타 죽기 직전 도착한 사람들….

그는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어젯밤에도 응급실에서 네 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중 한 명은 후진하는 청소차에 치여 숨진 청소부였습니다. 새벽 5시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손 쓸 새도 없이 돌아가셨어요. 다른 세 명은 다행히 살려냈네요. 한 분은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려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한 스님이었어요. 살려냈지만 ‘환자분이 정말 원하는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남궁씨는 24시간 당직이 끝난 뒤 주어지는 휴식 시간에 주로 글을 쓴다. 현장에선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지만 글을 쓰려 책상에 앉으면 당시의 감정이 복기된다. 끊임없이 환자와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데, 마음이 괴롭지는 않을까.

“글을 쓰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을 다시 정리하고 보호자나 환자의 심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문학적으로 풀어내려는 고민을 통해 저도 오히려 치유받아요. 가끔은 환자들이 처한 상황이 새삼 안타깝게 다가와서 ‘이런 얘기를 써야 하나’ 싶은 고민도 들기는 하지만요.”책에는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이나 119 소방대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고발하는 글도 실려 있다. “한국엔 아직도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는 중증외상센터가 턱없이 부족해 교통사고 부상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는 일이 허다해요. 이런 현실에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앞으로 의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글도 꾸준히 쓰려고 합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