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환자 피해 사례 잇따라

치과계 "현금 선납 요구, 진료비 할인행사 가급적 피해야"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얼마 전 오른쪽 어금니가 아파 치과 2곳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가장 먼저 찾은 치과에서는 치아 깊숙한 곳에 염증이 있어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데 깨진 부위를 씌우려면 약 80만원이 든다고 했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 같아 다른 치과를 찾았더니 전체 진료비가 약 60만원 정도 소요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같은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약 20만원 차이가 나는 셈이다.김씨는 "치과 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3곳을 방문해서 가격을 비교해봐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실감이 났다"며 "치아를 씌우는 데 필요한 재료를 동일하게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비 차이가 저 정도 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6일 치과계에 따르면 김씨의 사례처럼 일부 치과들이 진료비를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탈세를 목적으로 현금 선납을 유도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달 중순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치과가 환자들에게 현금 선납을 유도한 뒤 갑작스럽게 휴진을 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피해를 본 환자들은 현재 경찰에 해당 치과원장을 고발했으며 피해 금액은 1천36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 진료비가 천차만별이고,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치과 진료 중에는 '비급여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병원별 진료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4년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서울시 치과병원별 임플란트 가격 현황' 자료를 보면 최저 85만원부터 최대 388만원까지 진료비 차이가 4.6배에 달했다.

치과 진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 접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치아임플란트 상담건수는 2012년 1천413건에서 2014년 1천799건으로 늘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접수된 60세 이상 고령자의 불만 중 치과 분야는 이동전화와 더불어 가장 많은 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환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리동네 좋은치과' 캠페인을 지난 2015년부터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한 진료만 하는 곳 ▲ 치과의사가 직접 치료계획 및 진료를 상담하는 곳 ▲ 위임진료 없이 치과의사가 직접 진료하는 곳 ▲ 안전하고 검증된 재료만 사용하는 곳 ▲ 간단한 진료도 마다치 않는 치과를 선정해 국민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동네 좋은치과'는 치협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검색이 가능하며 총 1천269곳이 참여하고 있다.

또 서울시치과의사회는 익명이 보장되는 '의료질서 문란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해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치과를 운영하는 경우를 뜻하는 '사무장병원', 과잉진료를 하는 치과 등을 접수하고 있다.

최철호 서울시치과의사회 홍보이사는 "과대한 진료비 할인이나 이벤트를 실시하는 치과는 가급적 피하고, 의료진이 자주 교체되는 치과 역시 진료를 받을 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 이사는 "저렴한 진료비와 파격적인 이벤트를 앞세운 치과는 과잉진료를 하거나, 갑작스럽게 휴업·폐업을 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계속 믿고 찾을 수 있는 치과를 애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