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캠퍼스 잡앤조이] SNS '롱보드여신' 이주애 씨 "내 인생에 대한 물음…보드가 답해주더라고요"

‘눈 떠보니 스타가 돼 있더라’는 말에 해당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스타들의 인터뷰에서나 들을 법한 이 스토리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롱보드 여신’으로 떠오른 이주애 씨(31·사진)에게 딱 들어맞는 얘기다.

이씨는 과거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상황이 급변한 건 3년 전.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머리를 맑게 하려고 친구와 함께 찾은 한강에서 운명의 롱보드를 만났다.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뻥 뚫렸다. 바람을 가르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보드 위의 사람들이 마냥 부럽고 멋있어 보였다. 즉시 동호회에 가입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친구들도 ‘결혼할 나이에 무슨 보드냐’며 갸우뚱했다. 그런 말을 들을수록 이씨는 오기가 생겼다.

1주일에 한 번 동호회 사람들과 모여 보드를 즐기던 이씨는 문득 자신이 어떤 자세로 보드를 타는지 궁금해졌다. 그때부터 자세 교정과 새로운 기술 습득을 위해 롱보드를 타는 영상을 촬영하고 모니터링했다. 가끔 15~20초 정도 되는 짧은 영상을 편집 없이 SNS에 올리기도 했다.

벚꽃이 만개한 지난해 4월 어느 날 회원들과 보드를 탄 이씨는 영상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했다. 다음날 ‘난리’가 났다. 이씨의 SNS엔 팔로어 5000명 신청, 영상 조회 수 4만3500회, 좋아요 4000개 이상이 기록돼 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때부터 영상 촬영 때 의상부터 편집까지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그의 롱보드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의류 브랜드와 기획사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명해질수록 이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얼마 전까지 미술 교사를 꿈꿨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지금은 고민을 끝냈다. 이 순간을 즐기면서 살기로 했다. “얼마 전 본 영화 ‘라라랜드’에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라는 대사가 있더군요. 많이 위로됐어요. 누구도 살아주지 않는 제 인생이잖아요.”

강홍민 한경매거진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