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4형' 24일만에 사거리 2000㎞↑…타격 범위 하와이·LA서 시카고로 확대

북한, 또 ICBM 도발

'1차·2차 발사' 달라진 점
중국 인접한 자강도 택하고 심야에 미사일 발사 처음
"언제 어디서나 쏜다" 과시
< “패트리어트 개량해 수도권 방어” > 송영무 국방부 장관(맨 왼쪽)이 30일 서울 인근에 있는 공군 패트리어트 부대를 방문해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송 장관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성능을 개량해 수도권 영공방어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이 지난 28일 밤에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체는 ‘화성-14형’이다. 지난 4일 시험발사한 것과 동일하지만 사거리가 늘어난 개량형이란 분석도 있다.

북한은 2차 발사에서 1차 때보다 사거리를 대폭 늘리는 데 집중했다. 24일 만에 같은 미사일로 고각(高角) 발사를 했는데 2차 때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 북한 발표대로라면 4일 화성-14형의 최고 고도와 비행거리는 각각 2802㎞, 933㎞였다. 이에 비해 2차 발사 때 최고 고도는 3724.9㎞, 비행거리는 998㎞였다. 비행거리는 65㎞ 늘었고 최고 고도는 900㎞ 이상 급증했다.정상각도로 발사했다면 1차 때 추정 사거리는 미국 하와이나 로스앤젤레스(LA)에 도달할 7000~8000㎞였다. 2차 때는 1만㎞를 넘어 미국 중부 시카고까지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4일 만에 사거리를 2000㎞ 이상 늘릴 수 있는 배경으로 ‘미사일 다이어트’를 꼽고 있다.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연료량을 늘렸거나 탄두 중량을 줄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간대도 바뀌었다. 북한은 그동안 주로 새벽에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해왔다. 이번엔 자정 무렵을 택했다. 주말을 앞둔 28일 오후 11시41분께 도발을 감행했다. 감시 강도가 약해질 수 있는 취약 시간대를 골랐다는 평가다.

발사 장소도 달랐다. 화성-14형 1차 발사 때는 평안북도 방현비행장을 골랐다. 2차 때는 중국과 가까운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했다. 북한이 자강도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정찰 위성의 감시를 피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미국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을 쏜 자강도 무평리가 중국 국경과 50㎞ 이내”라며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고 해도 중국 국경 가까이에 있어 타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ICBM급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자강도에서 한밤 기습 발사를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