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정서 끝장'보는 부부 증가…'이혼전문 변호사' 내걸자 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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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뜨거워지는 이혼 소송 시장이혼 소송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법조계 불황과 이혼 조정보다는 끝까지 가려는 소송의 증가가 겹치면서다. 이혼 사건을 맡지 않던 개인 변호사들까지 수임에 뛰어들면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서울 서초동과 가정법원이 있는 양재동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형 로펌도 수임 경쟁 '가세'
재판 중 변호사 교체 적고 소송 성공보수는 7~15%선
갈수록 줄어드는 '조정 이혼'
"조정하면 손해" 법정행 유도…이혼 소송 법률브로커도 활개
◆‘너도나도’ 이혼전문 변호사이혼 소송이 증가한 것은 법조계 불황의 영향이 크다. 재판으로 이혼을 확정 짓는 건수는 최근 5년간 연 4만 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변호사 수는 2012년 1만2607명에서 현재(1일 기준) 2만1215명으로 급증했다. 관련 시장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경쟁자만 늘어난 셈이다.
다른 소송보다 수임료 수준이 높은 것도 변호사들이 열을 올리는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감한 사생활 문제를 다루는 만큼 1심 재판을 맡은 변호사가 끝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사례가 많다. 1심만 수임하면 2·3심 수임료는 따라온다는 얘기다. 성공 보수가 후한 것도 변호사들의 구미를 당긴다. 성공보수는 7~15% 선으로 형성돼 있다.소송가액이 큰 이혼 사건은 대형 로펌에서도 수임에 적극 나선다. 의뢰인도 보안 유지에 철저한 대형 로펌에 몰린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로펌도 최근 사정이 어려워 형사팀에서 큰 이혼 사건을 맡아 진행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혼 소송 증가로 ‘이혼전문 변호사’도 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운영하는 전문분야 제도를 통해서다. 대한변협은 관련 분야의 일정 조건을 갖춘 변호사에게 전문 변호사 타이틀을 주고 있다. 최소 3년 이상의 개업 경력과 해당 분야 사건 30건 이상 또는 이에 준하는 학위나 업무 경력이 필요하다. 전문분야를 등록하면 변호사법상 광고 문구에 ‘주요 취급분야’ ‘전문’을 붙일 수 있다. 2013년 23명이던 이혼전문 변호사는 2015년 88명, 올해 107명으로 증가했다. 이혼전문 변호사는 “이혼전문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나서 이혼사건 수임이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줄어든 이혼 조정이혼은 소송보다 조정이 당사자 간 상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일반 가사 소송보다 당사자 간 사생활 보호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최태원 SK 회장이 부인 노소영 씨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지난달 자녀 문제까지 얽힌 이혼 소송을 맡아 조정으로 해결했더니 의뢰인이 ‘자녀에게 상처를 적게 줘서 고맙다’고 했다”며 “수임료보다는 의뢰인을 위해 어떤 법적 절차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으로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고 다른 사건을 맡는 게 변호사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법률시장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혼 조정 대신 무작정 재판으로 끌고 가는 변호사들도 있다. 2013년 1만8316건이던 이혼 조정 건수는 2015년 1만424건으로 줄었다. 전체 이혼 사건 중 조정으로 해결한 비율도 40%대에서 20%대로 내려앉았다.
보통 재판부는 1심이 열리기 전 조정을 제안한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들이 2·3심 수임료와 성공 보수를 더 챙기기 위해 사건을 끝까지 끌고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서초동 변호사들의 고백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당수 의뢰인은 복잡하고 심란한 재판 절차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조정하면 손해’라는 변호사 조언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혼 시장에 기생하는 불법 브로커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초동에서는 ‘파산 브로커 다음은 이혼 브로커’라는 말까지 나온다. 변호사에게 사건을 수임해주는 대가로 20~30%에 달하는 불법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사건 승소 가능성을 부풀린다. 하지만 재판에서 져도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 사생활 문제가 얽혀 있어서다. 한 브로커는 “형사보다 이혼이 좀 더 주목받는 추세”라며 “불륜 문제로 이혼 소송에 휘말린 중년이 상당히 많다”고 귀띔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