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젠 "세계 75억 명 유전자 데이터 구축"

정밀의료 시장 선점 속도
글로벌 유전자 분석 시장 2020년 138억달러로 성장

브라카 유전자 등 무료검사…국내 이달 중순부터 실시
맞춤의료·신약 개발에 활용
유전자 분석서비스 기업 마크로젠이 파격 행보를 시작했다. 건당 100만원 안팎인 유전자 검사를 무료로 제공해 세계 75억 명의 유전자 빅데이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66·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빅데이터를 구축해 세계 유전자산업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가 되겠다”고 밝혔다.마크로젠은 유전자 검사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30~50달러(약 3만~5만원) 수준의 검체 배송비만 받을 예정이다. 구축된 유전자 빅데이터는 외부에 공개해 유전자산업 생태계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마크로젠 연구원들이 서울 가산동 본사 NGS연구실에서 유전체 분석을 하고 있다. 한경DB
◆이달 유전자 무료검사 ‘첫발’

첫 단추는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 때문에 많이 알려진 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다. 건당 110만원(약 1000달러) 정도인 브라카 검사를 이달 국내에서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졸리는 2013년 브라카 유전자가 발견되자 유방을 절제했다. 브라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최고 85%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덕분에 정밀의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정부의 4차 산업혁명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정밀의료는 유전자 정보가 필수적이다. 유전자 분석 시장은 2016년 59억달러(약 6조6100억원)에서 연평균 18.8% 성장해 2020년 138억달러(약 15조4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 회장은 “유전체의학연구재단인 공우생명정보재단, 대림성모병원 등과 함께 브라카 무료 검사를 이달 중순께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아시아권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검사 대상도 유전자와 관련 있는 18개 선천성 암으로 늘릴 예정이다.

◆유전체 분석 앱 개발도 마무리마크로젠은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국내 유전자 분석 산업의 선두주자다. 연간 4만 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갖췄다. 세계 5위권이다. 이 회사가 무료 검사라는 파격 시도에 나서는 것은 최대한 빨리 대규모 유전자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유전자 정보 확보 여부가 미래 의료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서 회장은 “유전자 빅데이터는 규모가 10만 명이냐 1000만 명이냐에 따라 값어치가 현격히 달라진다”며 “경쟁 업체보다 빨리 정밀의료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마크로젠은 사용자가 스스로 자신의 질병 발생 확률을 알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6월 열린 2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시연도 했다. 이 앱도 무료 유전자 검사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는 무료 검사를 받고 건당 10달러 정도에 특정 질병의 발생 확률을 알아볼 수 있다. 3~5건 이상을 이용하면 이후에는 사용료를 받지 않을 방침이다.

서 회장은 “기본은 무료 검사지만 지급 용의가 있는 사람에 한해서 내고 싶은 만큼 비용을 내게 하겠다”며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 등에 유전자 빅데이터 제공 등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기여 정도에 따라 배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