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자웨이 감독, 한국 뮤지컬 '팬레터'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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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창작 뮤지컬 첫 투자‘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를 제작한 중국 영화감독 왕자웨이(王家衛·사진)가 한국 창작 뮤지컬 ‘팬레터’에 투자한다. 중국 자본이 한국 창작 뮤지컬에 투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공연 등 협력도 검토
공연기획사 라이브는 이 회사가 제작한 뮤지컬 ‘팬레터’ 재공연에 중국 음반회사 블락투뮤직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1일 발표했다. 지난해 초연한 팬레터는 오는 11월10일부터 내년 2월4일까지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블락투뮤직은 왕 감독이 설립·소유한 콘텐츠 기획사 젯톤필름의 자회사다. 젯톤필름의 영화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일대종사’ 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음반을 제작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화양연화’ ‘해피 투게더’ 등을 국내 수입, 배급한 영화사 모인그룹의 매개로 강병원 라이브 대표와 왕자웨이 감독이 직접 만나면서 성사됐다.
박서연 라이브 이사는 “왕 감독이 평소 창작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고 훗날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며 “‘팬레터’의 대본과 공연 영상을 본 왕 감독이 흥행 가능성을 내다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의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박 이사는 “블락투뮤직이 ‘팬레터’ 해외 공연이나 라이브의 다른 창작 뮤지컬 투자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팬레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창작뮤지컬 공모 프로그램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시즌1’에서 2015년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지난해 10~11월 서울 필동 동국대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 초연에서 좌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는 등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다.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 ‘봄봄’ 등을 쓴 김유정이 속한 문학단체 ‘구인회’를 모티브로 가져왔다.
라이브는 기획·개발 단계부터 외국 투자자 참여를 통한 해외 진출을 목표로 작품을 개발했다. 중국어와 일본어 대본, 공연 자막 및 해외 홍보물을 제작했고, 국내 초연 때 중국 일본 관계자를 초청하기도 했다.전문가들은 이번 투자 유치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유리 서울예술대 예술경영전공 교수는 “중국 자본이 한국 창작 뮤지컬에 투자한 첫 사례”라며 “정부 주도로 자국 창작 작품을 키우는 데 열중하던 중국에 한국 창작 뮤지컬이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해외에서도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