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9% 늘었지만…반도체·선박 빼면 2%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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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쏠림 현상 심화…하반기 수출 '경고음'7월 수출 증가율이 19.5%(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지난 4월 24% 증가율을 정점으로 두 달 연속 증가폭이 감소해 수출이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나온 ‘깜짝 실적’이다. 하지만 반도체와 선박 수출 실적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2.8%에 그친다. 특히 선박 수출 증가는 ‘일시적 요인’으로 지속적이지 않다. 하반기 수출에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에서 특정 품목의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488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했다. 수출은 올해 들어 7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7월 수출 실적은 최근 분위기에선 예상 밖의 결과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의 수출 증가율이 꺾이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7개월째 두 자릿수 늘었지만…반도체·선박 비중이 30%
"유가 상승 기저효과 끝나…상반기보다 수출 둔화될 것"
한국은행도 지난달 31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수출은 당분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겠지만 증가세는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연구소와 증권사들도 비슷한 전망을 줄줄이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유가 상승의 기저 효과가 종료되면서 수출 증가세가 상반기보다는 둔화될 것”이라 했고 대신증권은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 둔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데는 선박 수출이 결정적이었다. 선박은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이 208.2%에 달했다. 해양플랜트 2척을 포함해 지난달에만 총 30척(60억9000만달러)이 수출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 중이던 물량이 지난달에 한꺼번에 나간 일시적 효과”라고 설명했다.반도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78억9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해 57.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제품의 메모리 탑재용량 증가로 반도체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선박 의존도 높아
하지만 반도체와 선박 두 품목을 제외하면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2.8%였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에서 두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나 되기 때문이다.선박 수출은 특정 시기에 몰리는 경향이 있고 액수가 크기 때문에 통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선박을 제외한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9.9%다.
반도체는 호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반도체는 하반기 이후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지만 내년까지 호조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경기는 앞으로 신기술 분야 수요가 더욱 확산되면 호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평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다만 “최근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호황기가 과거에 비해 길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진규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반도체와 선박을 빼면 수출 증가율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3대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의 수출이 아직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전체적으로 호조세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지속돼 당분간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유가 상승폭 둔화 등은 잠재적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