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치료율 80%…'꿈의 항암제' 나온다

노바티스 신약 '티사젠렉류셀'
면역 세포 조작해 암세포 파괴
늦어도 내달 美FDA 승인 예정
3억~5억 비싼 치료비 '걸림돌'

국내 제약사들도 연구 활발
녹십자셀 고형암 치료제 개발중
다음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새로운 혈액암 치료제 승인을 앞두고 제약·의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노바티스에서 개발한 CAR-T 치료제 티사젠렉류셀(CTL019)이 그 주인공이다. ‘면역계 소총부대’로 불리는 T세포를 조작해 암을 공격하도록 만든 치료제다. 혈액암 환자 80% 이상이 암이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꿈의 항암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비싼 치료비와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한 부작용 등은 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면역계 소총부대가 암 조준 공격지난달 12일 FDA 항암제 자문위원회(ODAC)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티사젠렉류셀의 판매 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다음달 세계 첫 CAR-T 치료제가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AR-T 치료제는 정상 세포 손상은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암 세포를 없앨 수 있어 새로운 암 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도 좋았다. 병이 재발했거나 기존 화학 치료제가 듣지 않는 3~25세 백혈병 환자 83%가 치료 3개월 뒤 암 세포가 줄거나 사라졌다. 1년 생존율은 79%다. 기존 화학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1년 생존율(16~30%)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존 치료제에 반응이 없고 재발한 환자에게 치료제를 썼을 때도 완치에 가까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유전자+면역세포’ 항암 치료제

암 치료법은 크게 수술, 방사선, 항암제 등 세 가지로 나뉜다. 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제는 암이 다른 세포보다 빨리 자란다는 속성을 이용했다.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공격하다 보니 정상 조직까지 파괴했다. 이를 보완한 것이 2세대 표적항암제다. 특정한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해 부작용이 적다. 최근에는 면역반응을 높여주는 3세대 면역항암제로 치료 방법이 바뀌고 있다.

기존 면역항암제는 암이 면역세포 공격을 피하는 경로를 막거나 면역세포를 늘려 몸속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CAR-T 치료제는 면역 세포가 암을 찾아 공격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다. 유전자치료제와 세포치료제가 결합된 항암제다. 살아있는 약이라고도 한다.노바티스 외에 카이트파마, 주노테라퓨틱스 등이 혈액암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카이트파마는 지난달 31일 유럽의약품청(EMA)에 CAR-T 혈액암 치료제 판매허가 신청을 냈다. 국내 업체도 뛰어들었다. 녹십자셀은 올해 안에 고형암 CAR-T 치료제 동물실험을 할 계획이다. 미국 바이오벤처 블루버드바이오에 CAR-T 관련 기술을 수출한 바이로메드도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높은 치료비 부담이 관건

CAR-T 치료제 비용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는 환자당 30만~50만달러(약 3억~5억원) 정도에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치료제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 환자 세포를 활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부작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T세포가 많아지면 공격 신호를 주는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노테라퓨틱스는 부작용 때문에 지난해 CAR-T 치료제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뛰어넘을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정준호 서울의대 교수팀은 T세포 활성에 브레이크를 거는 안전스위치 플랫폼을 개발해 바이오벤처기업 앱클론에 기술이전했다.

■ CAR-T 세포 치료제

키메릭 항원 수용체 T 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 뒤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 암 세포에 반응하는 수용체 DNA를 T세포에 주입하고 증식시켜 몸속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해당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찾아 유도탄처럼 공격하게 된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