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이 경영권 승계 위해 위법 저지를 이유 없다"

"합병 관계없이 이재용은 후계자…이건희 회장도 사장단 추대로 승계
정유라 승마 지원은 내가 결정…이재용 부회장엔 일부러 보고 안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지배력을 어떻게 볼지 여부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미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반박한다. 양사 합병이 완료되더라도 이 부회장의 지분은 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2일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이 많고 적음과 경영권 승계는 별개 문제”라며 “이미 국내외에서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승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데다 이미 계열사 지분을 이 부회장과 그의 여동생들이 3 대 1 대 1로 나눴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날 소지도 없다는 것이다.

최 전 부회장은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위법 행위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박근혜 정부 내에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세간의 이야기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이건희 회장도 지분에 관계없이 그룹 사장단과 원로들의 추대로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최 전 부회장은 또 “이 회장이 쓰러지고 나서 이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승계하라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이 부회장이 고사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의미다.그룹 컨트롤타워이던 미래전략실 참모들과 이 부회장의 관계도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참모들로부터 통상적인 보고를 받고 지시했을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법정에 출두한 주요 피고인은 모두 “삼성그룹의 의사결정 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입을 모았다.

최 전 부회장은 “나는 이 회장이 임명한 미래전략실장으로, 이 회장을 대리해 삼성그룹 전체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책임진다”며 “이 부회장으로부터 주요 현안에 대한 지시를 받거나 보고를 하는 관계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부회장도 특검 조서에서 “미래전략실은 이 회장을 보좌하는 조직이지 나를 보좌하는 조직이 아니다. 나는 미래전략실 소속도 아니다”고 말했다.

좌동욱/고윤상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