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탈원전, 발전원 전환 효율성 따져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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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신재생 간 극렬 우위논쟁 접고 최적 발전방식 대체·전환구도 도출에너지는 깊고 큰 강물처럼 소리 없이 흐르면서 우리 삶을 뒷받침한다. 그 실질가치는 시장가격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민생 필수재이다. 국가에너지정책은 당연히 그 공공성을 잘 반영하고 안정된 공급기반 확보를 전제로 수립돼야 한다. 모든 사회 가치관을 반영하는 복합과학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국익 기반해 에너지믹스 짜나가야"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
지금 전개되고 있는 탈(脫)원전 논쟁은 원전가치에 대한 상반된 의견 간의 과격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전정책은 지금 당장 결정을 해도 최소 10년, 최장 60년 이후에나 그 영향을 알 수 있다. 그 기간에 있을 수 있는 에너지시장 변화와 기술혁신의 폭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논쟁 당사자들은 자기논리만이 과학적 진실이라고 억지를 피운다. 이들이 각자 주장하는 예상 전력가격과 에너지안보 논리는 모두 비(非)과학적일 수 있다.무릇 논리 전개가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상 파악과 내재된 규칙성 및 상호관계 이해 그리고 적정수준의 예측능력을 필요로 한다. 요즘의 성급한 탈원전 논쟁은 시간과 전문성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외 자료들을 제멋대로 해석한다. 정확한 시간개념도 없다. 비과학적인 주장이 난무하는 이유다. 적정 예측능력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자칭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이제는 논리부족을 호도하기 위해 ‘정치문제화’를 시도한다.
필자는 탈원전 논란 해소방안으로 최선이 아닌, 차선의 에너지정책 형성 논리를 따를 것을 제안한다. 에너지정책의 대상은 화석연료 등 고갈성 에너지가 유발한 시장실패, 정부실패의 보완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초과이윤 발생과 기술혁신 지연, 장기투자 및 공공개입의 불가피성 등으로 완전한 과학적 논리를 적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실적 에너지정책은 최선의 구도를 추구하기보다 차선의 선택을 목표로 해야 한다.
차선의 선택은 국가에너지시스템의 적정화를 통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태양광과 원전 두 전력원의 비교우위를 미시·기술경제 차원에서 개별 검증하지 않고, 동일 잣대에 근거한 국가에너지시스템 적정화에 대한 기여도로 결정하는 것이다. 대표적 실행사례가 장기 전원(電源)개발계획이다. 이 계획은 장기 경제성장률 등 다양한 투자결정 요소들과 기술혁신 요인들을 적정한 의사결정 기법에 반영한다. 많은 전문가와 민간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6개월 정도에 걸친 검증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국익 극대화를 위한 발전방식 간 대체와 전환구도를 중점 도출한다. 전력가격은 동태적 변화 수준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장기 전력산업 구도를 제시하고 그 유효성 판단은 정부 몫으로 남긴다.이제 우리는 장기 전원개발계획을 통해서만 탈원전 논쟁의 진실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로섬’ 게임 양상인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간의 우위논쟁은 중단해야 한다. 전략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탈핵(脫核)이란 용어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원전과 신재생·가스발전 간의 비교우위는 시장과 기술여건의 변화에 따라 항상 가변적이다. 특정 시점의 비교우위가 장기 동태적 국익에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관심은 발전원 간 대체와 전환과정의 효율화에 집중해야 한다. 예컨대 2016년 원전과 석탄발전 합산비중 70%를 2030년 40%대로 낮추고 신재생전력 비중을 20%로 높이는 문재인 정부 전력정책 성패는 전환기간 중의 가스발전 기여도 변화와 전력시스템 전환의 효율성에 달려 있다.
선진국들은 에너지전환을 국가경쟁력과 대외협력을 위한 주요 국가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도 소모적 논쟁을 하는 대신 발전원 간 전환효율화를 통해 에너지산업 공익성 강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사물인터넷(IoT) 전력네트워크 등의 구성을 촉진할 때다.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