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 발급 절반 줄인다

'이민 장벽' 더 높이는 트럼프
영주권자 '가족 초청' 급제동
영어능력·학력 고려한 점수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톰 코튼 아칸소주 상원의원(공화당)이 배석한 가운데 기술·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새 이민 법안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취임 후 불법이민 근절에 주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법 이민에도 칼을 빼 들었다.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의 가족에게 주던 영주권을 줄이는 방식 등으로 10년 내에 합법 이민자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톰 코튼·데이비드 퍼듀 공화당 상원의원과 함께 새 이민법 초안을 공개했다. 법안에는 ‘강력한 고용을 위한 미국 이민 개혁법’이란 이름을 붙였다.법안의 핵심은 미국에 있는 가족과 결합하는 형태로 미국으로 오는 사람들의 영주권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자녀 배우자뿐 아니라 형제·자매 및 성인 자녀에게까지 영주권을 발급해줬다. 앞으로는 형제·자매와 성인 자녀는 영주권 발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업이민은 영어 능력, 학력, 직업 능력 등을 고려해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영주권을 주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이 밖에 난민 입국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이민자 비율이 낮은 국가에 비자(입국사증)를 배정한 정책도 폐기하기로 했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영주권 발급 건수는 105만1031건이었다. 퍼듀 의원은 “연간 100만 건은 과다한 숫자”라며 “연간 발급 건수를 10년 안에 50만 건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합법 이민을 제한키로 한 것은 그가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 때부터 핵심 공약으로 내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그는 이날 법안을 공개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기존 이민법은 미국민과 근로자에게 공정하지 못했다”며 “새 법안은 역사적이고 중요한 제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