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에 재정 지원 집중… 사립대는 '가격통제'로 묶어

유치원서 대학까지 '사학의 울분'

4차 산업혁명발 '교육전쟁' 시대에…

국공립 중심의 대학교육, 하향 평준화만 부를 수도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가 사학 배제·적대시는 곤란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도 ‘국가 책임주의’로 급격하게 전환 중이다. 지방 국공립대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전체 대학에서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발(發) 교육 전쟁에서 국가 주도의 대학 시스템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밝힌 고등교육 정책 중 핵심은 국공립대 강화다. 권역별 주요 국공립대를 미국의 경쟁력 있는 주립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거점 국공립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더 많은 학생에게 낮은 가격으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공영형 사립대를 육성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립대 중 경영상 위험에 처해 있거나 설립자가 재산을 국가에 넘기길 원하는 대학은 공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공립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웃돌 정도로 대학 교육이 사실상 보편적인 서비스가 됐으므로 국가가 서비스 질(質)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첫 번째다. 사립재단에 대학 경영을 맡겨놨다간 온갖 비리에 교육비 상승이라는 부작용까지 낳을 수 있다는 불신도 배경이 됐다. 재단 설립자의 비리로 부실 대학으로 전락한 전북 지역 사립대인 서남대를 폐교시키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에 대해 교육계에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하향 평준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가 돈을 대주는 국공립대 위주의 대학 교육은 경쟁보다는 기회의 균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지적이다. 유기풍 전 서강대 총장은 “세계 각국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선 사학이 갖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4일 교육부와 대학 등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 대부분이 이날 대입 전형료 인하에 동참하기로 교육부에 ‘서약서’를 제출했다.

교육계에선 교육의 정부 책임 강화가 사학을 배제하거나 적대시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선 곤란하다고 말한다.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만 해도 정부 지원 없이 설립자의 사재를 털어 운영돼 왔지만 사교육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민족사관고는 2004년 최명재 설립자가 경영하던 재단인 파스퇴르유업이 부도 나면서 법인 지원금마저 끊겨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처럼 퇴로까지 막고 사학의 소유권을 부정하는 듯한 방식은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