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 "촛불집회의 힘 평창올림픽으로 잇고 싶다"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 '일문일답'
여름 휴가에 막 돌아온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맑고 밝아 보였다.

도 장관은 6월 16일 장관 임명장을 받은 직후부터 한 달 반 동안 변두리 소극장,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독립영화관, 출판사, 관광공사, 게임업체 등 문화예술·체육계 곳곳을 쉴새 없이 돌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문체부는 평창올림픽 준비, 남북 체육교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등 크고 작은 현안들이 즐비하다.도 장관은 인터뷰 중 이들 현안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고민을 여과 없이 털어놨다.

도 장관은 "새 정부의 역동성이라는 건 아래로부터의 자발성"이라며 "촛불집회 때 나타났던 힘들을 평창올림픽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 긴장 고조로 공들여온 남북 체육교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항상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갔다가 풀리면서 나머지 문제도 해결"됐던 과거의 경험들을 언급하며, 여전히 희망이 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지난달 31일 민관 합동으로 출범시킨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 도 장관이 직접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그만큼 "조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군함도'도 때문에 재발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비롯한 영화시장 불공정 문제에 대해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협력해 개선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여름 휴가는 어땠나
▲ 휴가 중에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첫 회의와 발족 기자간담회가 있어 왔다 갔다 했다.제일 좋은 건 복잡한 머릿속의 계산과 타산을 물에 흘려보내고 바람에 흩어버리면서 계곡 바위에 누워있는 거였다.

영혼이 물에 씻겨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하는데.
--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 조성이 안 된다는 우려가 큰데 대책이 있나
▲ 'G-200'과 'G-100'이 중요한 붐업의 계기다.

G-200 때는 대통령이 직접 평창에 와서 홍보대사를 맡았다.

대통령께 홍보 전면에 나서주십사 한 건 붐업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많다는 거다.

사실 대통령이 휴가 가신다고 할 때 제가 평창에 들리시라 제안했다.

개·폐막식은 물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 모시고 평창에 가고, 강원도와 평창조직위원회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나서려 한다.

개막 100일 전인 'G-100'부터 전국을 도는 성화 봉송 행사가 붐업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성화 채화를 위해 그리스 아테네에도 직접 갈 생각이다.

문화행사도 150개 이상 잡아왔다.

-- 일반 국민의 참여가 부족한데 관심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 새 정부의 역동성이라는 건 아래로부터의 자발성인데 아직은 촛불집회 때 나타났던 힘들이 올림픽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를 연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래서 광화문광장으로 행사 홍보를 끌고 오려고 한다.

이달 19~20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는 '도심 속 봅슬레이'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진전된 것이 있나
▲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 IOC 중심으로 대화 창구를 단일화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일단 이를 존중하기로 했다.

IOC도 기본적으로 체육을 통해 남북이 평화적으로 교류하고 북한을 (올림픽에도) 참여시켜야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남쪽이 너무 성급하게 나서면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하는 상황까지 나올 수 있고, 여러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계획을 갖고 차근차근하자는 의견이다.

경험이 많고 상황을 총체적으로 보며 냉철하게 분석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최근 북한의 ICBM 발사로 체육교류를 합의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진 것 아닌가
▲ 남북관계는 군사적 대치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ICBM을 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고 하다 보면 (체육교류를 위한)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 안타깝다.

하지만 항상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갔다가 풀리면서 나머지 문제도 해결되는 것이 오랫동안 반복돼온 남북관계기 때문에 끝까지 (남북 교류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남북단일팀 등을 위한 논의가 그동안 수십 차례 있었으나 실제로 합의된 것은 단 두 번뿐이었고 안된 경우가 훨씬 많았다.

다 합의됐다가도 (정치군사적 이유로) 깨지는 경우가 워낙 많았다,그래도 합의를 위해 접촉하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 당장 다음 달로 예정된 남한 태권도 시범단의 방북 등은 어떻게 되고 있나
▲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의 9월 방북 공연과 관련해 지난달(7월)에도 조정원 총재가 장웅 북한 IOC 위원을 만나 후속 논의를 했다.

10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역도선수권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도록 하는 것도 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평창패럴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참여시키기 위한 접촉도 하고 있다.

자체 창구를 통해 참가 의사를 타진 중인데 그쪽에서도 굉장히 오고 싶어 한다.

-- 평창올림픽 경기장의 사후 활용이 중요하다.

강릉의 아이스하키장과 스피드스케이트장, 스키점프대의 활용계획이 아직 없는 걸로 안다.

▲ 아직은 계획이 나온 게 없다.

올림픽 후 경기장 운영에 따른 적자 문제가 올림픽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이다.

강원도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경기장 운영을 맡아달라고 하는데 88서울올림픽 경기장 운영도 버거운 상황이라 긍정적인 대답을 못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걸 고민해서 경기장을 분산해 지었어야 하는데 인구 20만 정도의 도시(강릉)에 너무 많은 경기장을 지었다.

우선 TF를 구성해 외국 사례 등을 연구해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

국가대표 훈련장으로 쓰면서 정부와 시 지원도 받고 하절기는 민간업체가 공연장 등으로 운영하는 일본 나가노 엠웨이브 경기장 정도만 되면 좋겠다.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는데 계획은
▲ 지금까지 조사는 주로 청와대에서 블랙리스트를 기획하고 지시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 지시를 받아 실행한 문체부와 산하기관의 관련자들은 참고인 조사만 이뤄져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폐지·축소된 사업의 복원 방안과 제도개선 방향을 정할 생각이다.

조사 과정에서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나오면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해명할 게 많으니 자신을 조사해달라는 사람도 있을 거다.

조사할 게 상당히 많아 (진상조사위) 운영 기간을 6개월로 하고 3개월씩 연장하기로 했다.

문체부 감사관 출신으로 블랙리스트 적용에 반대하다 쫓겨난 김용삼 전 종무실장을 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이나, 제가 참여하는 것은 조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다시는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가 거론되지 않고, 누구도 이념 때문에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는 일 없도록 하겠다.

필요하면 법도 새롭게 만들 생각이다.

-- 군함도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 어떤 영화가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는 건 좋지만 이렇게 (상영관을) 다 쓸어버리면 나머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상영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영화의 다양성이 보장이 안된다.

영화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 법은 법대로 논의해 나갈 것이다.

그 전에 문화행정 쪽에서도 나름대로 진도를 나갈 생각이다.

TF를 만들어서 스크린 독과점 등 영화시장 불공정을 개선하고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도 같이 논의를 할 것이다.

-- 문화예술계 표준계약서 얘기도 많이 나온다.

보급 대책은
▲ 우선 문체부 소속기관이나 산하 공공기관과 사업을 할 때는 무조건 표준계약서를 안 쓰면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해 나갈 생각이다.

-- 정부 상징(통합로고)이 너무 획일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 행정자치부와 논의 중인데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게 행자부 입장이다.

정부 상징을 바꾸자고 하면 정권 상징을 만드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 점도 고민하고 있다.

획일적인 적용은 문제가 있지만, 일단 지켜보겠다.
-- 문체부 산하 기관장 공석이 많은데 인선 기준이 있나
▲ 우선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다.

그다음은 조직 관리 능력을 중점적으로 볼 생각이다.

그 기관을 운영할 만큼 그 분야의 신망을 받는 사람인가도 중요하다.

-- 정통 문인 출신 장관인데 문학진흥을 위한 구상은
▲ 하반기부터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문학관을 문학진흥의 주요 거점으로 삼을 것이다.

작가가 공공도서관에 상주하면서 사람들과 만나는 도서관상주작가지원사업을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있는데 좋은 제안이다.

-- 문체부를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접하는 것이 다를 것 같다.

시인, 정치인이었다가 공직자가 됐는데
▲ 국회에서는 주로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고 고치기 위해 싸웠다면 지금은 그 말을 다 들으면서 책임지고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듣고 결정의 주체가 되도록 참여시키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바른 결정이고 협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를 쓰면서 지역문화운동. 문학운동도 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인을 위한 행정을 하겠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많은 사람과 만나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많이 들어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이웅 고미혜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