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허술한 입법'에…카드가맹점 기준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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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조항 따라 기준 달라져금융위원회의 허술한 입법행위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서 가맹점 기준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연매출 3억~5억원 수준인 가맹점들이 조항에 따라 중소가맹점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대형가맹점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수수료 우대 조항에선 연 매출 3억 넘으면 중소
리베이트 조항에선 대형…"기준 명확히 해 혼선 줄여야"
금융위는 지난달 31일부터 개정된 여신전문금융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이번 개정은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시행령 6조13항을 고쳤다. 기존 조항에서 연매출 2억원 미만은 영세가맹점, 2억~3억원은 중소가맹점, 3억원 이상은 대형가맹점으로 분류됐다. 새 조항에선 영세가맹점 기준은 연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가맹점 기준은 연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바뀌었다.문제는 밴 대리점에 대한 리베이트 요청을 막기 위한 조항(시행령 6조14항)에선 연매출 3억원 이상 가맹점을 대형가맹점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매출 3억~5억원의 가맹점은 13항에선 중소가맹점, 14항에선 대형가맹점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시행령이 개정될 때 14항은 고쳐지지 않아 이 같은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영세·중소가맹점 확대를 재촉하다 보니 금융위가 심사숙고하지 않고 법령을 고쳐 이 같은 누더기 시행령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중소가맹점으로 새로 편입된 가맹점(연매출 3억~5억원) 때문에 부당한 리베이트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밴 대리점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연간 3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가맹점의 리베이트 요구를 막는 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선 일부 가맹점의 리베이트 요구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라며 “수수료 기준으로 중소가맹점이 된 가맹점주에겐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선 사람들이 혼동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은 많을수록 좋고 리베이트 허용 가맹점은 적을수록 좋은 것 아니냐”며 “향후 리베이트 금지 대상 가맹점을 대형가맹점으로 지칭하지 않고 ‘리베이트 금지 가맹점’ 등으로 용어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