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인의 자태로 빚어낸 비올레타 기대하세요"

26~27일 오페라 '동백꽃아가씨' 무대에 올리는 정구호 씨

“오페라 애호가가 아닌 분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국적 해석을 담고자 했습니다. 마침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와 비슷한 조선시대의 황진이가 떠올랐죠. 프랑스의 귀족 문화와 조선시대의 양반 문화가 비슷한 부분도 많은데 이를 살려 색다른 오페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아가씨’ 연출을 맡은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씨(사진)는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는 26~27일 열리는 이 공연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복, 민화, 전통 춤사위 등 한국적인 색채를 입혔다. 한국 오페라계에선 보기 드물게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야외무대로 꾸민다.

정씨는 “단순히 공간적 배경만을 18세기 조선으로 바꾼 게 아니라 프랑스 사람들의 사교적 자세와 차별화된 조선시대 여인만의 자태, 양반들의 걸음걸이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공연을 앞두고 김학민 전 단장의 사임, 소프라노 홍혜경의 출연 취소 등 악재가 겹쳤다.

첫 오페라 연출작인 정씨는 “오페라 데뷔가 한편 기쁘면서 걱정도 많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열리는 공연인 만큼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출연진도 전부 한국인 성악가로 채웠다. 주인공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역엔 소프라노 이하영과 손지혜, 테너 김우경과 신상근이 각각 맡는다. 알프레도 아버지 제르몽은 바리톤 양준모가 선보인다.

독일 함부르크국립극장 주역으로 활동하는 이하영은 “보석 같은 역할을 맡게 돼 영광”이라며 “자신의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시적인 부분이 많아 대본을 읽기만 해도 마음이 뜨거워진다”며 17년 만에 고국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밝혔다.

파트릭 푸흐니에가 지휘하고 프라임필하모닉이 연주한다. 극의 흐름을 설명하는 변사 역할은 배우 채시라가 맡는다. 가격은 1만~3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