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막히니 신용대출로 가나…5대은행 이틀간 3500억원↑

8·2 대책 발표 직후 줄었다가 최근 급증…금융당국 "풍선효과 우려"

8·2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에도 감소세를 이어가던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이 이번 주에 급증세로 반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갑자기 돈줄이 막히면서 대안을 찾던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결과 신용대출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8일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달 2일에는 92조5천899억원이었는데 지난주 마지막 영업일인 4일에는 92조4천418억원으로 변동해 1천481억원 감소했다.하지만 주말을 거친 후 이달 8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92조7천916억원에 달해 4일보다 3천498억원이나 증가했다.

은행 영업일 기준으로 이틀(7·8일)간의 신용대출 잔액 증가분은 8·2 부동산 대책에 시행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올해 하반기 감소 예상분(금융당국 추산) 4조3천억원의 8.1%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속보치를 기준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증가분(23조원)의 1.5%에 해당하는 신용대출이 이틀 사이에 늘어난 것이다.지난달 초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합계가 감소한 것에 비춰봐도 이례적이다.

5개 은행 신용대출 잔액합계는 7월 3일 92조279억원에서 같은 달 7일 91조9천287억원으로 변동해 991억원 줄었다.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이 갑자기 늘어난 것에는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강력한 '돈줄 조이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이번 대책으로 서울·과천·세종 등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소재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강화되면서 차주 1인당 대출가능액이 평균 1억6천만원에서 1억1천만원으로 5천만원(31.3%) 감소할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추산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받은 세대가 투기지역에서 추가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원천봉쇄하는 등 다주택자의 돈줄을 바짝 조였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 증가는 부족해진 주택구매자금을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로 마련하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을 비롯해 제2금융권에서 신용대출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돼 어느 정도 증가하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면 현장점검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비해 높으므로, 주택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이 늘어난다면, 1천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연 4.41%로 같은 시기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 연 3.22%보다 훨씬 높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이달 중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DSR을 적용하면 금융기관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뿐 아니라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대출 가능 여부와 대출 금액을 판단하기 때문에 이미 대출금이 있는 이들이 빌릴 수 있는 자금 규모가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이세원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