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정원 품은 축사'에서 꽃돼지들 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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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사람들 - 곽창선 그린농장 대표돼지고기에 대해 생각해보자.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기 돼지에 대해선 아마 귀엽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그럼 돼지 축사는 어떨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더럽다’ 또는 ‘냄새난다’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돼지 축사는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돼지 농장에 꽃과 나무를 심는 축산 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아름다운 농장 만들기’ 운동이다. 경기 포천시 이동면에서 만난 곽창선 그린농장 대표(사진)는 이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대표 농부 중 한 명이다. 2006년부터 매년 한두 그루씩 나무를 심어온 곽 대표를 그의 농장 앞 정원에서 인터뷰했다.곽 대표의 정원은 330㎡(약 100평) 규모다. 곽 대표가 운영하는 농장은 991㎡(약 300평). 농장의 3분의 1가량에 잔디와 나무, 꽃을 심었다. 봄이면 철쭉이 만개하고 여름엔 녹음이 우거진다. 돼지 농장들이 사료를 키울 목적으로 목초지를 두는 경우는 있지만 돼지를 키우는 것과 무관한 나무와 꽃을 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곽 대표는 이 정원을 9년간 조성했다. 첫해엔 울퉁불퉁한 도로를 포장했고 이듬해엔 잔디를 깔았다. 소나무 등 나무도 1년에 한두 그루씩 심었다. “누구나 돼지들이 푸른 초장에서 뛰노는 걸 꿈꾸지만 축산의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양돈업을 시작한 2006년부터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좀 더 깨끗한 환경을 조성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매년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조금씩 더 개선해보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농장 가꾸기 사업은 2005년 포천지역에서 축산 농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의 소규모 모임에서 시작됐다. 곽 대표는 이 캠페인의 초기 멤버다. 그는 “지역 축산인 20여 명이 시작한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주변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고 한다. 곽 대표는 “꽃을 심으니 ‘눈으로 보는 냄새’가 없어졌다”고 했다. “환경이 지저분하면 냄새가 더 난다고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지역 주민들이 돼지 농장에 꽃이 있는 걸 보고 냄새가 상당히 줄어든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경영상의 이점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곽 대표는 “농장 직원들이 정원에서 휴식하며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돼지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직원들이 축사 내 환경도 바깥 정원만큼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퍼졌다. 2008년 경기도가 지원에 나섰고 2013년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돈협회가 함께 나무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최근엔 산림청도 합세했다. 그린농장은 2016년 친환경축산농장 사진전에서 돼지 농장으로는 유일하게 상을 받았다.
축산 분야에는 후계 축산인이 많다. 축산이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신규 창업이 쉽지 않아서다. 서울이 고향인 곽 대표는 돼지를 키우는 일과는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보냈다. 축산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다. 축산학과에 들어갔고 전공을 살려 사료 회사에 취업했다. 2006년까지 14년을 다녔다. “40세가 되고 삶을 돌아보니까 뭔가 선택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료회사에 남아 열심히 일해 임원이 되느냐, 나만의 사업을 해보느냐의 기로에서 내 사업을 선택했습니다.”
2006년 양돈업에 뛰어들었다. “결국 배운 게 돼지더라고요. 다른 사업보다는 양돈업을 하는 게 여러 가지로 쉬웠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모은 자금으로 지금의 그린농장을 인수했다. 팜스린그린농장으로 상호를 바꿨다. 그린농장은 현재 어미돼지 280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출하두수는 3500마리 정도다. 국내 농가 규모로 보면 중간보다 약간 큰 정도다. 생산된 고기는 하이포크 브랜드로 팔린다.포천=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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