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증시… 실적 개선 고배당주가 대안

에쓰오일·포스코·KT&G·신한지주·두산·효성

외국인, 한전 등 고배당주 담아…정유·화학·철강주 관심 높아져
배당주펀드, 한 달새 3883억 유입
‘안갯속 증시’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고배당주가 주식시장 투자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리스크(위험), 외국인 투자자의 변심, 정보기술(IT)주 거품 논란 등 안팎의 악재가 당분간 증시에 영향을 주면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의 관심은 배당주로최근 코스피지수가 2400선 밑으로 떨어지며 주춤한 사이 배당주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7월10일~8월9일) 코스피지수는 0.05%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고배당50지수는 4.35%, 코스피200 고배당지수는 3.57% 올랐다.

코스피 고배당50지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50개 종목을 선정해 산출한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가 배당주 중심의 방어적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매도 우위’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도 주로 IT주를 팔고 고배당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한국전력(2614억원)과 포스코(2359억원)를 많이 순매수했다. 삼성생명(1992억원) 신한지주(1075억원) 우리은행(837억원) 에쓰오일(51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다.증권업계에 따르면 연말로 갈수록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배당이 임박한 시점보다는 한발 앞서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더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도 코스피200 고배당지수 수익률은 7월이 2.97%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9월(1.51%)이었다. 12월 수익률은 1.21%에 그쳤다.

올해는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배당 확대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증권업계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해 예상 순이익이 14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당투자 유망종목은배당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배당수익이다. 여기에 양호한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고르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은행 이자보다 높은 3%대의 배당수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하반기 영업이익도 개선될 종목으로 에쓰오일, 포스코, KT&G, 신한지주, 두산, 메리츠종금증권, 효성, 락앤락, DGB금융지주 등이 꼽혔다. 이 가운데 정유·화학·철강주는 최근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힘입어 주가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올해 예상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은 60%로 글로벌 정유기업 평균 배당성향인 56%를 웃돌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14만5000원으로 높였다.

대표적 고배당주로 꼽히는 한국전력은 지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하반기 실적 개선 및 전기요금 개편 가능성에 최근 한 달간 6.3% 올랐다.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도 0.4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는 평가다.배당주 펀드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배당주펀드에 3883억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 전체에서 2991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증대 세제’가 올해 말로 종료되면서 세제혜택에 따른 배당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하지만 배당의 근간인 기업 실적이 양호하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돼 중장기적으로 배당 확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