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생존전략은 베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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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파이어·인스타그램 등 스타트업이 혁신 서비스 내면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이 ‘뉴 카피캣(새로운 모방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시장을 흔들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조짐이 보이면 즉시 이를 베끼거나 해당 스타트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독점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방하거나 인수해 시장 독점
페이스북은 올가을 단체 라이브 비디오 채팅 기능을 갖춘 앱(응용프로그램) ‘본파이어’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앱은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하우스파티가 개발한 앱과 비슷하다. 2016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하우스파티는 사용자가 단체로 라이브 비디오 채팅을 할 수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페이스북은 그동안 하우스파티를 면밀히 조사해 왔다고 WSJ는 보도했다. 지난해 9월 하우스파티가 ‘인터넷의 거실’이 되겠다고 소개하자, 페이스북은 두 달 뒤인 11월 자사 메신저를 ‘가상의 거실’이라고 표현했다. 10대 이용자에게 “혹시 하우스파티를 쓰나요?”라고 물으며 접근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페이스북 내부엔 위협이 될 만한 경쟁사 동향을 감시하는 조기경보팀이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개발자들에게 “너무 자만에 빠지지 말라”고 수시로 말하는데 이는 “잘난 척하다가 새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에 뒤처지지 말고 베끼라”는 뜻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2012년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이 뜨자 10억달러에 인수했으며 2014년 인기를 얻은 메신저 왓츠앱을 220억달러에 사들였다. 스냅챗을 사들이려다 실패하자 이를 모방한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구글은 2013년 구글지도와 경쟁하던 와이즈를 인수했고, 아마존은 2010년부터 급성장한 온라인 상거래업체를 여러 개 사들였다.시장분석회사 베르토애널리틱스의 하누 버카살로는 “하우스파티는 인터넷 시장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멋진 앱 중 하나지만,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의 독점력이 너무 강해 뚫고 들어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