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기영 인선배경 소상히 설명…다시 여론에 묻는 문재인 대통령

'인사는 신중히…제대로 판단 구해보자' 의중 반영
진보 성향 시민단체·과기계 반발 등 변수…결단 주목

청와대가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에 연루돼 자질 논란이 벌어진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제와 관련해 인선배경을 소상히 설명하며 다시 한 번 여론의 판단을 구하고 나섰다.여권에서조차 박 본부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재차 국민에게 박 본부장의 거취를 물은 것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진솔하게 설명하고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본부장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센데도 재차 여론의 판단을 물은 것은 그만큼 인사권자의 결정을 가볍게 행사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최소한 '내가 왜 이런 인사를 했는지'는 설명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인사권자로서 (애초에) 정말 해서는 안 될 인사를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즉 막판에 임명 철회라는 카드를 꺼내 들지언정 여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사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과(過)를 받아들이고 박 본부장을 선택해야 했던 진정성을 호소한 것이다.

이런 과정도 없이 현재까지의 여론만 보고 임명 철회를 결정하면 이번 사안의 반쪽만 보고 판단하는 과오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인사 과정과는 무관하게 문 대통령이 박 본부장의 능력을 높이 산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본부장은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이 가장 높았던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부총리제와 과학기술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으로, 본부장에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렇게 충분한 장점이 있는데도 단점만 집중적으로 조명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여태 논란이 됐던 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번과 마찬가지로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청문 대상의 경우 각종 의혹과 문제를 해명할 수 있게 청문회까지는 보장하고 이후 여론을 살펴서 거취를 판단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기조였다"며 "이번 일도 그 연장 선상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아닌 만큼 이번 인사에 고려한 모든 판단의 근거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박 본부장에게도 해명의 기회를 주고자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대통령의 의중을 모두 헤아린다 해도 과학기술계는 물론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조차 반기를 들고 나선 상황은 여간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니다.

진솔하게 재판단을 요구했는데도 여론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때는 박 본부장을 고수할 명분이 약해진다.여당 내에서도 박 본부장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상황까지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결국에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