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딛고 더욱 당당해진 소녀상… 전국 11곳 추가 건립

현재 73곳…광복절·위안부의 날 맞아 전국 10여 곳 추가 제막
"참뜻 되새겨야…기억의 방식 조형물에만 국한되지 않기를…"

14일은 제72주년 광복절 하루 전날이자, 세계 위안부의 날이다.세계 위안부의 날은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 생전에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것을 기려 지정됐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2011년 12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1천 회를 맞는 날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우리나라 최초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다시 6년이 지난 2017년, 전국에는 73개(지난 3월 기준)의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올해 8월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과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10여 개의 소녀상이 당당한 모습으로 추가 건립된다.
◇ 당당한 모습 소녀상 전국 곳곳에 추가 건립
오는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과 15일 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전국 10여 곳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새롭게 세워진다.

2015년 시청 앞 광장에 광주에서는 최초로 소녀상을 건립한 광주에서는 5개 구가 동시에 각자의 지역에 14일 동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추가로 세워 제막한다.3천여만원의 건립 비용을 모금한 동구는 금남로공원에 소녀상을 제막하고 '평화의 소녀'라는 시를 헌정한다.

서구는 구청 앞 광장에 8천만원의 모금액으로 세운 소녀상 제막하고, 광산구는 1억원의 예산으로 모아 건립한 '평화의 소녀상'을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개한다.

북구는 민간단체의 모금으로 5천만원을 모아 소녀상을 만들어 구청 앞 광장에서 제막하고, 남구도 양림동 펭귄 마을 입구에 소녀상을 세운다.광복절인 15일에는 서울 도봉·금천, 경북 안동, 전북 익산, 충남 홍성, 경기 용인 지역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만든 소녀상이 각각 제막해 세상에 공개된다.

특히 서울에서는 2015년 박근혜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 이후 불과 1년 8개월 만에 6곳이 추가돼 모두 9곳에 소녀상이 서 있었는데, 올해 광복절이 지나면 11곳으로 늘어난다.

올해 세계 위안부의 날과 광복절을 맞아 전국 최소 11곳에서 소녀상에 새롭게 건립되면서 기존 70여 개의 소녀상이 세워진 것에 더하면 전국 소녀상은 갖은 시련에도 최초 건립 6년 만에 전국 80여 곳에 굳건히 뿌리 내리게 된다.
◇ 가녀린 소녀상에서 당당한 소녀상으로
올해 새롭게 세워진 소녀상들은 기존 힘없고 가녀린 모습에서 탈피해 당당하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다.

광주 북구에 세워질 소녀상은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는 강인한 의지를 보이는 모습으로 제작 중이며, 남구는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를 모델로 할머니의 16살 모습과 현재 나이 든 모습을 나란히 배치했다.

서울 도봉구 평화의 소녀상은 일제강점기에 도봉구 창동에 살았던 독립 운동가이자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유명한 송진우, '민족의 얼'을 강조한 양명학 대가 정인보 선생 등을 상징하는 '창동 3사자 동상'과 함께 제막한다.

2011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이 원형이 돼 비슷한 모습으로 제작되던 전국의 '평화의 소녀상'이 80여 개로 늘어가면서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담으면서 당당하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한 시민단체 '광주 나비'는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광주의 5개 구청 측에 소녀상 모습과 관련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가 아직도 힘없고 가련한 소녀의 모습으로 남아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해방 이후 72년 여전히 식민지배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와 굴욕적인 한일 합의에 맞서 전국,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당당하게 맞서는 할머니들의 모습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모습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소녀상 건립 "참뜻 되새기는 계기 돼야"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지난해 부산 동구 일반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이 철거 논란을 겪으면서 오히려 전국 소녀상 건립은 봇물 터지듯 늘어가고 있다.

소녀상 건립 운동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의 방증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소녀상 건립 추진하면서 기억의 방식이 소녀상이라는 조형물에만 국한돼 원래 의미보다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월 광주의 5개 모든 자치구에서 소녀상을 동시에 신규 건립하는 움직임을 지켜본 '광주 나비'는 "모든 지자체가 기억하는 방식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지 않은 채 8월 14일 제막을 목표로만 '소녀상을 만들자'로 나선 것은 일부 유감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단체는 "세계 위안부의 날과 광복절의 상징성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기한에 맞추다 보면 자칫 졸속으로 진행되거나 구청 간의 경쟁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며 "소녀상을 세우는 과정이 '올바른 한일관계', '올바른 역사인식'을 되새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박초롱, 이강일, 최영수, 노승혁, 김준호, 김인유, 박영서, 박철홍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