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엄나백' 대신 손피켓 하나로 통일…차분해진 교대생 시위

'임용 대란'과 관련, 전국에서 모인 교대생들이 11일 서울역 광장에서 항의집회 하고 있다.
초등교사 선발인원 대폭 축소로 인한 ‘임용 대란’에 전국 교육대 학생들이 상경해 항의집회를 열었다.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 교대생 총궐기’는 당국의 교원 수급정책 실패를 규탄하고 학교 교육여건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서울 지역 교대생들이 항의집회 당시 들었던 ‘엄마 미안 나 백수야’ 등의 피켓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데 따른 ‘톤 다운’으로 풀이된다.이날 집회에선 임용 정원 증원 같은 직접적 요구는 문구와 구호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참석자들은 앞뒤 양면으로 ‘교육여건 개선하라’ ‘중장기계획 수립하라’ 문구가 적힌 한 종류의 손피켓을 나눠 가졌다.

교대생들은 “교육부는 정책실패 인정하고 책임져라” “정부는 약속대로 교육여건 개선하라” “정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 감축하라” “1교실 2교사제와 같은 졸속적인 단기 대책 필요 없다” 등 4개 구호만 반복했다. 전체 교대생이 질서 있고 통일된 목소리를 내자는 의도가 엿보였다.

세부 쟁점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임용시험 준비생은 “지방 교원 부족 문제는 교대생 개인의 선택을 탓할 게 아니라 사회적·제도적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서경진 부산교대 총학생회장도 “교대생들 요구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닌 근본적 교육여건 개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한 1교실 2교사제 조기 도입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수업을 두 명의 교사가 동시에 진행하면 교실이 혼란을 빚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자칫 비정규 교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졌다.

전국 10개 교대와 3개 대학 초등교육과가 소속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총궐기 참가인원을 5000명으로 추산했다. 교원양성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소속 교대 교수들도 함께 자리해 “8월3일 교육청들이 발표한 선발예정 인원을 백지화하고 국가 차원의 초등교원 임용대책을 강구하라”고 거들었다.

김봉구/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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