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런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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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보유' 수용할 것인가 ●미국 선제타격 동의할 것인가

'사드'처럼 어정쩡한 줄타기 안돼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과거 위기와 달리 김정은 정권이 확실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됐다는 게 최대 포인트다.

지난 8일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거의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ICBM에 실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를 소형화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다급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선제 타격을 경고하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까지 거론했다.게임 양상은 180도 달라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7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 동결로 성과를 내던 시절과 판이하다.

당시는 미국의 북폭 압박과 제재가 통하던 시절이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서 경제적 지원을 챙기고 핵 개발을 중단하는 척했다. 지금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 경고에 괌 포위사격 선언으로 위협하며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가장 큰 조력자가 될 수 있는 중국은 차라리 방관자다. 미국이 무역보복을 경고하지만 북·미 문제라며 소극적이다. 북한의 목줄인 석유 공급 중단을 거부했다. 북한이 핵을 가지든 안 가지든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의 완충지역으로 남아있길 원한다는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린다.북한과 정상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회사를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가 남아있긴 하다. 중국이 움직여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지 않는 한 미국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외과수술로 환부를 도려내듯 핵 시설과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제거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옵션이다.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미국이 받아낼 수 있는 북한의 양보는 핵 동결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0조달러를 줘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동결을 조건으로 한국을 배제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과 미군 철수를 요구할 요량이다. 이는 중국이 주장해온 해법과 같다.한국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고수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서너 차례 대화를 제의했으나 외면당했다. 전쟁 직전까지 치닫는 미국과 북한 간 벼랑 끝 대치 속에 한국 정부의 존재는 작아지는 상황이다.

게임 체인저 북한은 이런 한국에 고통스런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국도 냉혹한 현실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진보, 보수 어느 진영이 정권을 잡든 국민은 북핵 공포와 위협에 떨어야 한다.

아니면 미국이 북핵 선제타격에 나서거나 예방전쟁을 하겠다고 할 때 한국은 거부할 수 있을까.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균형 외교’를 그때도 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대응수단이라면 전술핵 배치다. 최소한이나마 ‘공포의 균형’을 맞추는 길이다. 미국과 옛 소련은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의 핵미사일을 보유했기에 1962년 쿠바 핵미사일 위기를 평화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제 한국 정부는 ‘자각의 순간’을 맞았다고 털어놔야 할 시점이다. 국민이 신중하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선택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고통스런 선택을 회피하려다간 만시지탄의 재앙을 부를지 모른다.

김홍열 국제부장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