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오르면 그래픽카드 품귀 왜?

비트코인 한달 새 400만원대로 폭등
투자 자산으로 떠오르는 가상화폐 Q&A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2014년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신기루’라고 평가했다. 그는 “송금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희소성은 없다”며 “가급적 멀리하라”고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비트코인은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네티즌,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가 마치 장난처럼 거래했지만 이제 삼성전자 주식보다 더 비싸다. 지난 5월 초 150만원대에 불과하던 가격은 한 달 새 400만원대로 폭등했다. 후발주자인 이더리움은 올초 1만원대에 거래됐으나 반 년 만에 가격이 30배 넘게 뛰었다.비트코인이 향후 공식적인 결제수단으로 평가받는다면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헤게모니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실체가 없어 보이는데 재테크 수단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가상화폐 신드롬이 마치 17세기 네덜란드 경제를 위기로 몰아간 ‘튤립 투기’를 연상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비트코인의 속성과 전망 등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비트코인,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채굴(mining)’하거나 거래소에서 구입하면 된다. 가상화폐를 채굴하려면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면 된다. 채굴량을 조절하기 위해 많은 컴퓨터가 문제를 풀수록 문제 난도가 높아진다. 최근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수십 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돌려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비용 대비 수익을 따졌을 때 개인용 PC로 채굴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Q.비트코인을 얻는 과정을 ‘채굴’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뭘까.

비트코인은 복잡한 암호를 푸는 계산 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다. 이 암호의 난도는 계속 높아진다. 발행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 화폐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이 마치 금을 캐는 것 같다고 해서 채굴이라고 부른다. 중앙은행이나 중앙정부가 발행하지 않으며 채굴·획득을 위한 시간과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금과 비슷하다.

Q.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데 왜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그래픽카드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채굴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에서 일반 연산은 중앙처리장치(CPU)가 담당한다. CPU는 활용 분야가 넓은 대신 단순 병렬 연산 용도로 쓰기엔 비효율적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한 암호 해독은 병렬 연산 처리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고성능 그래픽카드 가격은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할 정도여서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따라서 전문 채굴자들은 그래픽 카드를 병렬로 여러 개 연결해 사용한다.

Q.비트코인 채굴량이 한정돼 있다는데.

비트코인은 설계 당시부터 총 채굴량을 한정시켰다. 2040년까지 2100만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게끔 설정됐다. 초기 투자자에게 채굴 유인을 주기 위해서다.최근 채굴량이 급격히 늘면서 2035년께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공급량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 단위를 소수점 아래 8자리까지 분할 가능할 뿐만 아니라 차후 소수점 아래 자릿수를 더 늘릴 수도 있어서다. 김진형 코인원 마케터는 “공급량과 관련한 문제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이제 기술적인 문제보다 가상화폐의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Q.보안 문제는 없을까.

비트코인에 사용된 블록체인 기술은 강력한 보안 능력을 갖췄다.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조작하려면 시장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시스템을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취약점은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 측에 있다. PC가 해킹당해 비트코인 지갑에 저장된 필수적인 개인 키들을 빼앗기거나, 실수로 잃어버리거나 삭제하면서 발생하는 피해가 많다. 지갑을 저장해 놓은 기기가 손상돼도 비트코인을 찾지 못할 수 있다.

비트코인 거래소가 공격당해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 2014년 85만 비트코인을 해킹당하면서 파산한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 비트코인 거래 시스템이 해킹당하거나 비트코인 자체에 태생적인 결함이 발견되진 않았다.

Q.화폐로 보기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많은데.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기능을 하려면 가격이 매우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가격이 너무 들쑥날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치저장 수단이자 결제 수단이어야 한다는 화폐의 속성이 결여됐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사나 IT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제도권에서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행한다면 비트코인은 급격히 무너질 수도 있다. 거래소 해킹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보안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Q. 해외에서의 평가는.

가상화폐의 지위를 인정하는 움직임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유럽연합(EU)의 최고사법기구인 유럽사법재판소는 2015년 10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거래는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하면서 비트코인은 상품이 아니라 화폐라고 인정했다. 올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거부했다가 재심사 신청을 받아들였다. 비트코인 시장에는 호재였다. 일본 정부는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합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운영업체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이정아 이사는 “해외에 송금하거나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서 유용하게 쓰이면서 앞으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