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수능 절대평가 2가지 안에 담긴 '딜레마'

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
다른 정책과 밀접하게 연동…종합적 '큰 그림' 필요
절대평가 적용 범위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베일을 벗었다. 교육부가 내놓은 시안은 ‘일부과목 절대평가’와 ‘전과목 절대평가’ 두 가지다. 하나의 안을 제시한 뒤 의견수렴을 거쳐 수정·보완하는 일반적 케이스와는 조금 다르다. 교육부의 고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시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고교 교사, 학부모, 대학 관계자, 입시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사전 의견수렴 작업을 했다. 일종의 샘플링이다. 그 결과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2개 시안을 들고 나온 배경이 됐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수능 개편 전제조건인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취지를 살리려면 절대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개편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2개 안에 각각 반영됐다.수능 절대평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론이다. 김 부총리는 그간 줄기차게 절대평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도 부합했다. 때문에 수능 개편 복수안을 낼 경우에도 내심 ‘전과목 절대평가’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는 예측이 상당수였다.

그런데 수능 개편안 발표를 한 주 앞둔 시점에서 기류 변화가 포착된다.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절대평가 신중론을 폈다. 공교롭게도 휴가 중인 김 부총리는 회의에 빠진 참이었다. 만만찮은 절대평가 반대 여론에 속도 조절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실제 결과도 일부과목 절대평가에 무게가 실린 복수안 발표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개 안을 동일선상에 두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시안 발표 자리에서 수차례 ‘대입 안정성’을 언급하며 일부과목 절대평가안을 염두에 뒀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현장 의견수렴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 게 결정적이었다. “대체로 수능 절대평가 방향성에는 공감했으나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대입 안정성 차원에서 신중한 입장이 다수였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절대평가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어느 안이든 현행보다 절대평가 적용 과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사실이다. 전과목은 물론이고 일부과목 절대평가안도 현행 한국사, 영어에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까지 최소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있다. 문·이과 구분 없는 인재 육성을 내건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1학년도 수능에 신설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애당초 절대평가가 유력시됐다. 제2외국어/한문도 상대평가에서 손쉽게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아랍어 쏠림 현상’ 문제 등이 꾸준히 지적됐다. 역시 절대평가 전환이 점쳐졌다. 이들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은 ‘최소한’에 가깝다는 얘기다.일부과목 절대평가안을 두고 “무늬만 절대평가” 혹은 “대통령 공약 후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전과목 절대평가만이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단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상당수가 절대평가와 연동해야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절대평가 반대의 주된 논거는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는 일부 고교에서 시행 중이지만 실제 대입 전형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수능과 유사한 논리로 내신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절대평가 최소화’를 적용하면 고교학점제 도입엔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하는 고교학점제 특성상 상대평가 유지시 학생들은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게 된다. 내신 절대평가가 필수 전제조건이다.

수능 주요과목 상대평가를 유지(일부과목 절대평가)하면서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해도 문제다. 내신 부담을 던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학생들의 수능 고득점을 통한 명문대 진학 독점 현상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자사고·특목고 폐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한 번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이처럼 다른 교육정책들과 밀접하게 맞물린 탓에 수능 개편은 종합적인 ‘큰 그림’에 따라 이뤄질 필요가 있다. 연동 효과를 감안해 수능을 포함한 각 정책을 동시 발표한다면 더욱 좋다. 교육부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하루빨리 수능 개편안부터 내놓아야 했다. 2개 시안 중 양자택일이라는 ‘고육책’을 쓴 교육 당국의 딜레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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