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한 회장·졸음운전 버스 대표… 영장 신청 검찰서 잇단 제동

무리한 여론몰이 수사였나, 경찰 길들이기냐?

"범죄소명 미흡·엉뚱한 죄목 적용"
경찰, 총력사건 급제동에 '망신'
검·경 '수사권 조정' 신경전?
최근 대형 교통 사망사고나 ‘갑질’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기업인들에 대해 경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반려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의 무리한 ‘여론몰이식 수사’에 검찰이 제동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반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시점에서 검찰이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란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운전기사 갑질 논란’으로 입건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65)에 대해 지난 10일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이 회장에 대해 전직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협박을 하며 불법운전을 지시하고, 의사 처방이 필요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접대용으로 나눠준 혐의(강요·약사법 위반)를 적용했다. 검찰은 영장을 반려하면서 “일단 불구속 상태에서 범죄 소명을 더 명확히 한 뒤 신병 처리에 중대 사안이 발견되면 재신청하라”고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검찰은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사망사고’ 책임을 물어 해당 버스업체인 오산교통의 최모 대표와 그의 아들 최모 전무에 대해 경찰이 지난 3일 신청한 공동정범 구속영장을 반려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도 여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63)에 대해 경찰의 체포죄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이처럼 잇따른 영장 반려는 구속의 필요성이 현 단계에서 제대로 소명되지 않거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최종 목적은 (피의자 구속이 아니라) 검사의 기소를 통해 유죄를 받아내는 것”이라며 “증거 수집과 법리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여론몰이식 수사’로는 공소 유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두 기관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인권 침해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반대하는 핵심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영장 반려 자체는) 별문제가 없다”면서도 “공교롭게도 여론의 뜨거운 관심으로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한 사건들마다 영장이 반려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현진/성수영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