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문재인 대통령이 소개한 임청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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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초대 국무령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맞는 도덕적 의무)’의 상징으로 경북 안동의 임청각(사진)을 소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운동가 9명 배출"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라고 소개했다. 이어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임청각은 보물 182호로 세종 때 좌의정을 지낸 이원(李原)의 여섯째 아들 영산현감 이중공과 형조좌랑을 거친 이중공의 셋째 아들 이명이 1519년 건축한 별당형 정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석주 선생을 비롯해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고성 이씨 가문의 종택이다. 석주 선생은 국내에서 의병투쟁과 애국계몽운동을 이끌었지만, 그 방식으로는 도저히 일제를 이기기 어렵다고 보고 경술국치 이듬해인 1911년 1월 임청각을 당시 돈 2000원에 처분하고 식솔들과 기약 없는 만주 망명길에 올라 독립운동에 여생을 바쳤다.
문 대통령은 “일제는 (독립운동) 보복으로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다. 99칸 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다.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세우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와 유족 초청 오찬에서 문 대통령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역사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몽골의 전염병을 근절한 의열단원인 의사 이태준 선생, 간도참변 취재 중 실종된 동아일보 기자 장덕준 선생, 독립군 결사대 단원이었던 영화감독 나운규 선생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독립운동가가 있었다”며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