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20개 가입한 이윤배 농협손해보험 사장 "사장부터 직접 보험 가입해야 고객도 믿죠"

2000년부터 모든 농협 상품 가입…중도해지 없이 15년째 납입도
"상품 특성 알아야 경영전략 마련…신상품 개발도 더욱 신경쓰게 돼"
이윤배 농협손해보험 사장(사진)이 농협손보와 농협생명의 보험상품에 20개 이상 가입해 화제다. 다른 보험사 최고경영자들이 보통 10개 안팎의 계약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가족 명의의 상품까지 합하면 30개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2000년 농협중앙회 공제부문에서 일하면서 보험에 본격적으로 가입하기 시작했다. “직접 보험상품에 가입해 봐야 상품 특징과 장단점 등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험사 리스크 전략을 짤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종신보험부터 연금저축, 연금보험, 질병보험 등 시중에 나와 있는 보험상품 종류는 다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사장이 갖고 있는 한 연금상품은 지난 7월로 보험료를 내기 시작한 지 180회차를 맞기도 했다. 180개월 동안 보험료를 납부했다는 뜻으로 15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는 가입한 상품의 납입 만기가 끝날 때까지 100% 유지했다. 중도해지한 상품이 없다는 뜻이다. 통상 보험 상품을 5년 이상 유지하는 소비자는 최초 가입자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사장은 농협손보 사장에 취임한 뒤 주로 농협손보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농협손보가 출시한 ‘NH프리미어운전자보험’ 1호 가입자기도 하다. 농협은행 직원과 설계사들이 농협손보 상품을 판매할 때 “농협손보 사장이 가입한 상품”이라고 고객에게 설명하면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NH프리미어운전자보험’은 2012년 농협손보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며 “경영진 전체가 올 상반기에 직접 영업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이 사장은 각 지역농협의 조합장을 대상으로 한 상품 홍보에 특히 적극적이다. 농협손보의 경우 농협은행 및 지역농협을 통해 판매하는 비중이 80%에 이르기 때문이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농협손보에서 취급하지 않아 이 사장도 다른 회사 상품에 가입해 있다. 농협생명에서 변액보험도 판매하지 않아 해당 상품 역시 없다.

이 사장이 이처럼 농협손보 신상품에 적극적으로 가입하다 보니 농협손보의 상품개발팀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에서 설계사 인건비 등으로 나가는 사업비가 조금만 많아도 이 사장의 질문 공세가 이어진다. 보험사 내부 관계자를 설득할 수 없는 구조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팔아선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사장에게 직접 상품을 설명해야 하니 더 신경 써서 설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