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 기자의 골프 카페] '바람의 아들' 양용은, 끝나지 않은 도전

메이저 대회 14전 전승.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을 때의 승률이 100%다.‘골프황제’타이거 우즈(42·미국)의 메이저 불패신화다.난공불락일 듯했던 신화가 깨진 게 2009년8월16일,꼭 8년 전의 일이다.빨간색 티셔츠를 차려 입고 나와 15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품으려던 우즈.그를 무참하게 침몰시킨 ‘타이거 킬러’가 ‘바람의 아들’양용은(45)이었다.2타 차로 뒤진 채 최종일에 나선 그는 8년 전 PGA챔피언십 마지막날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3타 차로 승부를 뒤집었다. 세계 골프계도 뒤집혔다.포효하는 ‘타이거 킬러’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던 우즈의 낯선 모습은 역사적 장면으로 강렬하게 각인됐다.당시 세계랭킹 110위였던 양용은의 대반란을 주요 매체들은 “세계 스포츠사의 3대 사건”이라고 썼다. 양용은을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챔프로 올려놓은 18번홀의 하이브리드클럽도 역사적 베스트 셀러가 됐다.

둘은 이후 다른 길을 걸었다.섹스 스캔들에 휩싸였던 우즈는 9승을 추가하며 재기에 성공했다.하지만 양용은은 좀처럼 타이거 킬러의 모습을 재연하지 못했다.추가 우승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2011년 혼다클래식 준우승,US오픈 3위가 최고 성적.골프팬들의 기억속에서 양용은의 포효는 천천히 잊혀져갔다.8년이 지난 지금,양용은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아직까진 그에겐 ‘끝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는 듯하다.

양용은은 메이저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5년 시드를 2014년까지 모두 썼다. 그를 투어로 이어주는 끈은 간간히 들어오는 초청장과,월요예선(monday qualifier) 뿐이다.얼마 전 만난 그는 “가능한 많은 대회의 초청을 받기 위해 거의 매주 대회 사무국에 편지를 쓰는 것 같다”고 했다.

특별한 성취가 있는 건 아니다.하지만 기대감을 키우는 일들은 있다.올해 8번 대회에 출전한 그는 지난 1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서 11언더파로 공동 27위에 올랐다.두 자릿수 언더파를 친 건 2013년 3월 푸에르토리코오픈 이후 거의 4년여 만이다.지난 6월엔 국내 투어(KPGA) 메이저 대회 KPGA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첫날 9언더파 63타로 공동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63타는 PGA 투어에서 얻은 생애 최저타수와 같은 기록. 올해 세 번째 도전한 PGA 투어 월요예선도 모두 통과했다.이 중 지난달 그린브라이어클래식과,오는 17일(현지시간) 개막할 예정인 윈덤챔피언십 예선에서는 각각 68타,65타를 쳐 1위를 했다.체력과 샷감,집중도에 따라 향후 반전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그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92야드를 찍었다. 2004년 10월 PGA 투어에 처음 발을 내디딘 이래 최장거리다.체력관리와 연습이 어느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그는 얼마 전 사석에서 “전성기 때보다 연습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양용은의 도전이 어떤 결말을 맺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분명한 건 아직 그에겐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PGA 투어 최다승 기록(82승)을 세운 샘 스니드(미국)는 52세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양용은 나이 만 45세7개월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