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돌풍 뒤에 '스마트 ATM'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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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지점 대체하는 ATM1967년 6월 영국에서 첫선을 보이며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현금 사용이 급감하고 온라인·모바일 뱅킹이 대세가 되면서 ‘역사의 유물’로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론을 깨고 정보기술(IT)과 결합하며 오히려 시장이 커지고 있다.
편의점·지하철역 설치대수 2016년 4만여대…꾸준히 증가
인터넷은행, 점포 개설 대신 ATM을 오프라인 채널로 활용
공과금 납부·펀드 가입 등 '만능 은행원' 역할 톡톡
IT·바이오기술 접목
도난사고 많은 곳엔 지문인식 강화
미국·중국·러시아 등 땅 넓은 지역, 화상상담 가능한 ATM 인기
ATM ‘제2의 전성시대’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7445개에서 지난해 7280개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6865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비대면(非對面) 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지점망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다. 그 여파로 은행에 설치된 ATM 수는 지난 2년간 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편의점,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ATM은 3만8670대에서 4만619대로 1949대 늘었다.
ATM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인터넷·모바일 뱅킹 시대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online to offline)’ 채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K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대부분의 거래가 인터넷,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이뤄지지만 카드 발급, 현금 인출 등을 위해서는 오프라인 채널이 필요하다. 인터넷은행들은 은행 점포를 개설하는 대신 전국의 ATM을 오프라인 채널로 활용하기로 했다.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지점 운영에 쓰는 시중 은행과 비교해 예금 금리는 높게, 대출 이자는 싼 금융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다. 카카오뱅크는 은행·편의점·지하철역 등 전국의 모든 12만306대 ATM 중 11만4000여 대에서 무료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K뱅크, GS25에 ATM 5000대 설치
인터넷은행이 편의점 ATM에 주목한 것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의 특성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인출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많은 상인들이 매출을 입금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직접 기기를 관리할 필요가 없어 운영비도 절감할 수 있다. K뱅크는 GS리테일, ATM 제조업체 노틸러스효성과 함께 GS25 편의점에 3년간 5000대의 스마트 ATM을 설치하기로 했다. 단순 입출금뿐만 아니라 공과금 납부와 체크카드 발급까지 가능하도록 했다.은행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무인점포를 확대하면서 스마트 ATM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셀프뱅킹 창구인 ‘유어스마트라운지’를 전국 28곳에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입출금 계좌 개설과 100만원 초과 금액의 무통장 송금, 통장·체크카드는 물론 보안카드 발급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증명서 발급과 예·적금, 펀드 가입도 가능하다. 생체 인증을 통해 카드를 갖고 있지 않아도 출금과 계좌이체까지 할 수 있어 창구보다 편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 번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하면 맨몸으로 현금 인출부터 계좌 개설, 체크카드 발급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틸러스효성, ATM·클라우드 결합전 세계적으로 ATM 시장은 커지고 있다. IT와 바이오 기술의 진화로 ATM을 통해 생체 정보를 활용한 바이오 인증, 비디오 화상 상담,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가능해진 결과다.
도난 사고가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지문 인식 ATM이 인기다. 카드 절도, 복제 등 도용 위험성이 높은 만큼 지문 등록을 통해 이중 보안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정전이 잦은 지역 상황을 고려해 보조 배터리도 부착했다. 중국, 미국, 러시아 등지에서는 화상 상담 기능을 갖춘 ATM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땅덩이가 넓은 이들 지역의 특성상 은행 점포를 지역마다 열기가 어려워서다. 소비자는 24시간 상담할 수 있고, 은행은 임차료와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노틸러스효성 미국법인은 최근 미국 핀테크(금융기술) 회사 ATD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한 ATM을 개발했다. 이전에는 ATM기기가 고장 나면 직접 현장에 가서 고쳐야 했지만 이제는 중앙 서버를 통해 ATM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노틸러스효성의 전 세계 ATM 판매 대수는 지난 2년간 25%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ATM만 있으면 고객 신용등급과 거래 특성에 맞는 금융상품까지 맞춤형으로 소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