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도미노 인상' 몸살… 동남아 고성장에 제동 걸리나

말레이시아·미얀마 노조
내년 최저임금 50% 증액 요구
선거 앞둔 정치권, 지지층 눈치만

인도네시아 高임금 후폭풍
분기 성장률 1%P 이상 떨어져
아시아 경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미얀마 등의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50% 이상 올릴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캄보디아는 총리가 직접 나서 대대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공언했다.

이들 국가는 선거를 앞두거나 노동계가 정권의 주요 정치적 지지 기반이어서 선심성 임금정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가파른 임금 인상으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외국 기업이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퓰리즘이 부추기는 최저임금 인상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근로자들의 대규모 임금 인상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유력 노조인 ‘말레이시아 노동조합회의’는 월 1000링깃(약 26만560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 50% 인상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말레이시아는 2013년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뒤 거의 매년 큰 폭으로 최저임금을 높여 왔다.말레이시아는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1만달러에 육박하지만 말레이반도 등에 산재한 팜유농장과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정부가 노조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지만 연내 총선이 예정돼 있어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을 풀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미얀마에서도 일부 노조가 최저임금 56%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지만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에 이르는 등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어 임금 인상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질적 국가 지도자인 아웅산수지 국가자문역이 정국 안정을 위해 근로자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내년 총선을 앞둔 캄보디아에서는 훈센 총리가 앞장서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내건 덕에 약진하자 훈센 총리가 월 153달러인 최저임금을 내년 160달러(약 17만5000원)로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조사에 따르면 동남아 각국 수도의 공장에서 일하는 미숙련 근로자 임금은 최근 4년간 11~91% 상승했다.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동남아 국가들의 실질임금은 더욱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부작용 나타나는 인상 선발국들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에 앞서 2013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했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과속’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계 입맛에 맞는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펼친 결과다.인도네시아는 2013년 최저임금을 44% 올린 뒤 분기당 5.6~6.8%대를 오르내리던 경제성장률이 4.7~5.2%로 떨어졌다. 결국 2016년부터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했다.

2012년 최저임금을 평균 53.2% 올린 뒤 2016년까지 12~17%대로 인상한 베트남도 최근 합리적 수준에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 7.3%로 한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베트남은 내년에는 6%대로 낮출 방침이다.

경제 대국 일본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800엔(약 8360원)을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15개로 전년 대비 6개 늘었다.

지역별로 차등화된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다 보니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 716엔의 도쿠시마현과 819엔의 효고현처럼 인접한 지역에서는 최저임금이 높은 쪽으로 인력이 급속히 쏠리고 있다.요미우리신문은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월급이 2만~3만엔 차이가 나자 임금이 낮은 지역의 일손 부족 현상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