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조씩 늘던 은행 주택대출 3조원대로↓…신용대출 창구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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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폭 꺾인 주택대출‘8·2 부동산 대책’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70% 수준에 그쳤다.
주택대출규제 약발 받나
국민·신한 등 5대 은행 8월 대출 3조원 증가 예상…작년 동기대비 30% 감소
개인대출 보름새 5800억…카카오뱅크 대출액 포함 땐 1조원 이상 늘어날 듯
이사·인테리어 공사 감소…10월부터 경기 악영향 우려도
그나마 이전에 계약이 이뤄진 대출이 나가면서 잔액 자체는 늘고 있지만, 대출규제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10월께부터는 대출 잔액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부동산대출 규제로 거래 및 이사가 줄고, 건설경기 및 전체 경기마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지난달보다 주담대 30% 줄어
21일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등 5대 은행 집계치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8조3702억원으로 지난달 말(366조5359억원)보다 1조8343억원 증가했다. 이를 한 달로 단순 계산하면 3조원 증가한 수치다. 전년도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4조2258억원)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은행권 전체로 봐서도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전체 은행에서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은 1조4000억원이었다. 단순하게 한 달로 치면 4조원 정도 증가하는 속도다. 이는 지난 6월의 4조3000억원이나 지난달 4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이란 게 금감원 설명이다.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고 있는 것은 두 달 전 대출을 신청해 놓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분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8월3일 이후엔 일선 창구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 업무가 거의 중단된 상태라 10월께면 잔액 자체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안 늘거나 줄어들 수 있는 10월께부터 대출 규제가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한 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 대출이 줄면 이사가 줄고 그 여파로 인테리어 공사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도 은행이지만 부동산 관련 소규모 사업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대출, 보름 새 5800억원 증가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은행권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 합계치는 93조1171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말 92조5289억원과 비교하면 보름 새 5882억원 증가한 것이다. 한 달로 환산하면 1조2000억원이 증가하는 속도다.
올해 들어 개인신용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난 5월(1조2951억원)에 이어 두 번째 증가폭이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액까지 감안하면 개인신용 대출 증가액은 더 크다. 이달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증가액(5400억원, 11일 기준)은 주요 은행 중에서 가장 많다.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 대출 증가액까지 합하면 1조1282억원에 이른다.
가계의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서울, 경기 과천시, 세종특별시 등 투기지구와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에서 40%로 낮추면서 주택대출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물론 다주택자의 대출길이 막혀 이들이 신용대출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때 신용대출을 받을 수는 없다.시중은행 관계자는 “모자라는 대출금을 신용대출로 메우기 위해 일부 대출 수요자는 신용대출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며 “대출 금리 수준이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이 높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정지은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