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작업자 송기마스크 대신 방독마스크 썼다

수사본부 확인…고용부, 방독마스크 중독 사례 지적에 밀폐공간 송기마스크 규정
금속노조 "원청이 송기마스크 지급했다면 구조 시간 벌 수 있었을 것"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숨진 도장작업자 4명은 밀폐 공간에서 착용하도록 지정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해경 수사본부 측은 "사망한 작업자들이 당시 송기마스크가 아닌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밀폐 공간 작업을 할 때 착용해야 하는 호흡 보호구로 송기마스크 또는 공기호흡기를 지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는 밀폐 공간에서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다가 중독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올해 초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규칙을 시행해왔다.수사본부는 사망자 4명 중 1명의 마스크 주변에는 청테이프가 부착돼 있었지만, 작업 현장에서 피부 보호용 재질인 아스테이지를 고정시키기 위해 테이프를 쓰기도 한다는 작업자들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본부 측은 "해당 방독마스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능 등 문제 유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며 "마스크의 경우 사내 협력업체인 K기업이 구입·지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사본부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사망자들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인을 '화재사'로 구두 통보받았다고 덧붙였다.전형적 화재사는 질식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수사본부는 폭발 직후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꺼진 화재 탓에 작업자들이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숨진 근로자들은 2도 화상을 입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수사본부 측은 "정확한 사인은 국과수에서 최종 결과를 통보 받아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단체 측은 이와 관련, 송기마스크와 환기 장치 등이 제대로 지급되고 구비됐다면 대형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며 원청인 STX조선 측 책임을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20일 도장작업에 이틀 앞서 작성된 작업허가서에도 방독마스크가 지급된 것으로 표기됐다며 안전 수칙 위반을 지적했다.

또 STX조선에서 일하는 다른 작업자들에게서 "(과거에) 송기마스크가 지급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도 그 근거로 들었다.

금속노조 측은 "스프레이를 이용한 도장작업 중 발생한 인화성 가스가 환기 장치 부실로 탱크 안에 쌓여 있었고, 이후 스파크가 일어나며 폭발이 나 산소 부족 또는 유독 가스 흡입을 초래했을 것"이라며 "안전 총괄 책임이 있는 원청이 송기마스크를 지급했다면 구조를 위한 시간을 더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폭발 사고로 숨진 작업자 중 1명이 사고 발생 20분 전께 갑판 위 환기 장치 주변을 살펴보는 걸 목격했다는 주변 작업자 진술이 있다"며 환기 장치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재차 강조했다.STX조선에서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잔유(RO) 보관 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나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4명이 숨진 바 있다.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