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없는 대기업' 요청한 이해진, 네이버 지분 800억어치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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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11만주 블록딜 시도▶마켓인사이트 8월22일 오후 2시23분
"회사와 무관한 개인적 결정"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사진)이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지분 일부 매각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뒤 1주일 만에 나온 매각 시도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은 이날까지 이틀 연속 장 마감 뒤 보유 중인 네이버 지분 11만 주(0.3%)를 팔기 위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수요예측을 했다. 전날 종가(78만1000원) 대비 2.3%의 할인율을 적용한 주당 76만3037원에 약 839억원어치 주식을 매물로 내놨으나 기관들의 불참으로 매각이 성사되지 않자 이날 가격을 더 깎아 다시 수요예측에 나섰다. 매각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가 맡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의 지분 일부 매각 추진과 관련해 “회사와 무관한 개인적인 의사 결정으로 배경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전날보다 1.79% 떨어진 76만7000원에 마감했다.지난 3월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 전 의장은 네이버 주식 153만945주(작년 3월4일 공시 기준, 지분율 4.64%)를 갖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4.98%다. 보고 의무가 있는 5% 밑으로 지분이 줄어든 이후로는 지분변동 내역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14일 공정위를 방문해 최대주주가 아닌 자신을 재벌 총수와 같은 잣대로 판단하는 게 부당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다음달 1일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기로 하고 그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려 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소속 국내 기업들의 자산총액 합계가 5조원을 웃돌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말 네이버의 자산총액은 7조2015억원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