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돌풍에 ATM 투자 빛 본 세븐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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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4000개 매장에 설치
"무리한 투자" 지적 있었지만 카뱅 지점 역할…매출 올라
세븐일레븐은 2009년부터 자회사인 롯데PS넷을 통해 편의점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현재 9031개 점포 중 4000여 곳에 ATM이 깔려 있다. ATM의 대당 가격은 1500만원 안팎으로 현금인출기(CD)보다 약 3배 비싸다. 세븐일레븐은 지금까지 600억원을 ATM에 투자했다. 편의점업계에선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의 ATM 투자가 8년 만에 빛을 발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돌풍이 불면서 카카오뱅크의 오프라인 접점 역할을 하는 세븐일레븐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현금 출금만 가능한 CD 대신 입금에 이체까지 가능한 ATM에 선투자한 덕이란 평가다. 지난 6월 세븐일레븐의 모기업인 롯데와 카카오뱅크는 유통·금융부문 융합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카카오뱅크 이용자에겐 세븐일레븐 점포가 입출금 및 이체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지점과 다름없다. ATM을 이용하려고 점포를 찾는 고객들이 편의점에서 물건도 구입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세븐일레븐 측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입출금과 이체 등 복합서비스가 가능한 ATM의 90%가량이 세븐일레븐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일레븐이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허가되기 훨씬 이전부터 ATM 투자에 나선 것은 일본에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세븐일레븐은 2001년 일본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세븐뱅크를 설립하고 일본 전역의 편의점에 2만여 대의 ATM을 설치했다. 세븐뱅크 이용자는 세븐일레븐 점포를 지점처럼 사용하고 있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국내 편의점 중 가장 많은 ATM기를 설치해 운영 중인 세븐일레븐이 종합생활금융서비스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