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옮겨도 되나요' 3만 명 설문… 주민 다수결 첫 사례

인천교육청, 찬반 갈등 심한 고교 이전 결정 '고육책'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갈등이 빈발하는 학교 이전 여부를 주민 다수결로 정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인천시교육청은 24일 인천 남동구 도림고등학교 이전에 관해 학부모·주민 의견을 묻기 위한 설명회를 시작했다.

시교육청은 도림고는 물론 주변 39개 초·중학교 학부모 3만명을 대상으로 도림고 이전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또 도림고 반경 4㎞ 안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주민 30만명 중 1천500명의 표본을 추출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다음달까지 마칠 계획이다.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은 기존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길 때 학부모 의견만 조사했다"며 "조사범위를 주변 학교의 예비학부모와 주민까지 확대하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맡긴 선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고등학교 한 곳을 이전하는데 3만명 넘는 학부모와 주민 의견을 묻는 것은 극심한 지역 갈등 때문이다.

도림고 이전 논란은 인천시가 운영하는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이 2019년까지 이 학교 앞으로 옮기기로 결정되면서 불거졌다.농산물시장과 학교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불과 80여m 떨어지게 돼 차량 증가와 소음, 악취, 해충,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교육환경 악화가 우려됐다.

또 학교 인근에 남촌일반산업단지와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세워져 학교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도림고를 현 위치에서 3.5㎞가량 떨어진 택지개발지구인 서창2지구 내 학교 부지로 옮기는 방안을 마련했다.농산물시장 이전 사업으로 원인을 제공한 인천시가 학교 부지 매입과 신축 비용 307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림고 인근 주민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남촌·도림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 2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도림고 이전 반대 진정서를 인천시와 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남촌·도림동은 초등학교만 2곳이 있고 중학교도 없는데 하나뿐인 고등학교까지 이전하면 통학 불편은 물론 원도심 공동화를 부추길 것"이라며 "학교를 옮겨도 현 위치 반경 1.5㎞ 내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원도심 초·중·고교 이전을 둘러싼 주민과 시의회의 반발로 몸살을 앓은 시교육청은 결국 주민 다수결이라는 초유의 카드를 빼 들었다.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이전의 당위성이 있지만 예비학부모나 주민 설문조사에서 어느 한쪽이라도 다수가 반대하면 이전을 재고할 방침"이라며 "논란이 빈발하는 학교 이전 사업에서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의 여론조사가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s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