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카페테리아와 사랑채서 엿본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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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문화인류학자들은 유럽 각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를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이 유럽 각지로 확장된 요인으로 설명한다. 1683년 당시 런던에만도 3000여 개 카페테리아가 있었고 선술집의 수를 능가했다고 한다. 이들 대로변이나 노천에 있는 카페는 신분과 직업을 달리하는 다양한 계층이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이런 자유로운 교류의 장소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매듭은 당연히 지적 관심사였다. 그리고 카페에서의 담론은 집단지성을 이뤄 르네상스 이후에도 지속적인 문예 부흥을 이끌어냈으며 여러 기술자와 공학자의 지식을 융합시켜 산업혁명을 유도했다.우리 역사에서도 담론 문화를 꽃피웠던 공간이 있었다. 전통마을이나 한옥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채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사랑채를 통해 형성된 담론 문화는 유럽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사랑채를 이용하는 방식이 서양의 카페테리아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이제 집단지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대두되고 있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으로 구현될 초연결사회는 그야말로 집단지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 아직도 사랑채가 남아 있어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