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3년새 33% ↑…세월호 여파?

정보공개청구 데이터저널리즘 [DJ 래빗] 21회
서울 1~8호선 지하철 부정승차 규모·유형 첫 확인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3년새 33% ↑
교통공사 관계자 "세월호 여파 때문"

만성 적자 시달리는 서울 지하철
늘어나는 부정승차, 대책은? 소통은?
[편집자 주] 서울 지하철은 늘 부정승차로 몸살을 앓습니다. 부정승차는 돈을 안내고 타는 사람들입니다. 만 65세 이상 노인 등의 합법 무임승차와는 다릅니다.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는 매년 2회, 공사 차원의 대대적인 부정승차 단속을 벌입니다.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삼발이 형태의 개찰구를 길다란 칸막이 형으로 교체도 합니다. 폐쇄회로TV(CCTV)를 개찰구 바로 앞에 설치해 부정승차를 실시간 감시하기도 하죠.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서울교통공사의 노력에도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자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래빗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더 문제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엔 속시원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두 주요 부처간 정책 소통도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죠. 지난해 서울메트로가 1122억원 적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728억원의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부정승차가 쉽사리 개선되지 않는 이유, 뉴스래빗이 데이터저널리즘으로 풀어봅니다.

[tab title="만성적자와 부정승차"]
#1. 공식 부정승차 올해 첫 5만건 넘는다

뉴스래빗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1~8호선 최근 3년치 부정승차 단속 현황을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했습니다. 매년 1~2회 실시하는 집중 단속 결과와 각 역에서 수시로 적발한 건수를 모두 반영한 결과입니다. 부정승차 유형·연도·노선별 상세 수치도 포함합니다.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단속 건수는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 3만2108건에서 2015년 4만2289건, 2016년 4만2814건으로 늘었죠. 3년 새 33% 증가했습니다.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6월까지 적발 건수만 2만5537건. 이 추세라면 올해 처음 부정승차 5만건을 돌파합니다.

이 수치는 공식 단속 통계입니다. 즉, 단속되지 않은 부정승차자 규모는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통상 성폭력 피해 신고가 10건이라면, 신고되지 않은 성폭력 범죄는 그 10배인 100건 수준이라고 추산합니다. 한해 공식 적발된 인원만 5만명이라면, 실제 부정승차자는 얼마나 될까요.

#2. '우대권 부정', 부정승차 최다 유형 부정승차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승차권 없이 게이트를 뛰어넘는 '무표 미신고',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우대권을 무단 사용하는 '우대권 부정', 청소년·어린이 교통카드를 무단 사용하는 '할인권 부정'으로 나뉘죠.


2014년만 해도 표 없이 게이트를 뛰어넘는 무표 미신고로 적발된 건이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부정승차 3만2108건 중 1만6839건(51%)으로 절반을 넘었죠. 2015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속에 걸린 4만2289건 중 2만2015건(52%)이 무표 미신고자였습니다.

2016년부터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우대권 부정 적발 건수가 무표 미신고를 추월했습니다. 전체 4만2814건 중 우대권 부정이 1만8253건으로 세 가지 유형 중 가장 많았습니다. 무표 미신고 적발 수가 1만6530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올 6월까지도 추세는 이어졌습니다. 전체 2만5537건 중 우대권 부정만 1만1834건. 무표 미신고 8098건과 3000건 이상 차이납니다.

#3. 부정승차 최다 2호선…맞먹는 7호선


노선별로 나눠볼까요. 부정승차 단속 건수가 가장 많은 노선은 2호선입니다. 2014년부터 올 6월까지 전체 14만2748건 중 3만9605건. 8개 노선 중 28%를 단일 노선인 2호선이 차지했습니다. 건수가 가장 적은 1호선(3186건)의 10배가 넘습니다.연도별로 살펴봐도 매년 2호선이 선두입니다. 2014년 8291건, 2015년 1만2714건, 2016년 1만1813건으로 매년 부정승차 최다 노선 자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6월까지 6787건을 기록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호선 뒤를 잇는 노선은 7호선입니다. 2017년 6월 현재 6507건으로 2호선(6787건)과 차이가 280건에 불과합니다. 2014년(8285건)엔 2호선과 불과 6건 차이였죠. 2015년(2호선 1만2714건·7호선 9072건)과 2016년(2호선 1만1813건·7호선 1만1275건)에도 각각 3642건, 538건으로 크지 않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4. 부정승차 단속 '제자리'…공사 "증가로 보기 어렵다"

뉴스래빗이 입수한 부정승차 현황 자료는 '단속 결과'입니다. 서울교통공사의 단속망에 걸린 경우만 포함하죠. 1년간 발생한 전체 부정승차 건수가 아닙니다. 사람이 하는 단속으론 부정승차자를 모두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부정승차 인원이 단속 결과의 몇 배일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서울교통공사도 이 한계를 알고 있습니다. 부정승차를 관리하는 영업기획처 관계자는 "(부정승차자 수가 진짜 증가세인지) 알 길은 없다"고 말합니다. 단속 건수가 2014년 3만2108건에서 2015년 4만2289건으로 급증한 부분은 "세월호 사태의 여파"라고 주장했습니다. "(2014년 당시)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선뜻 강하게 단속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죠. 이어 "그 이후엔 완만하게 오르는 추세라 크게 변동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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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 title="대책 마련? 소통부터"]
#5. 서울지하철은 '만성 적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만성 적자'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연도별 결산 내역을 살펴볼까요. 합병 이전 1~4호선을 운영했던 서울메트로는 2016년 당기순손실(적자) 112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5년 1427억원, 2014년 1587억원으로 매년 비슷한 적자폭을 유지하고 있죠. 5~8호선을 운영했던 서울도시철도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2658억원, 2015년 2710억원, 2016년 2728억원 적자를 기록했죠.

2016년 1~8호선 부정승차 단속 건수(4만2814건)를 지하철 기본 요금(1250원)으로 환산하면 서울교통공사가 한 해동안 받지 못한 운임은 연 5350만원 정도입니다. 적자 규모에 비해 크다고 볼 순 없죠.


중요한 건 서울교통공사가 적자의 한 원인인 부정승차를 '현상 유지' 중이란 사실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수익의 대부분을 통행료에서 얻는 기업입니다. 지난 한 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영업이익 7220억원 중 89%에 달하는 6429억원을 운수수입에서 얻었습니다. 서울메트로도 영업이익 1조2493억원 중 1조423억, 83%가 운수수입이었습니다.

실제 부정승차 건수가 적발된 것의 몇 배나 될지도 모르는 상황. 연례 행사처럼 매년 비슷한 규모로 반복하는 단속을 핑계로 유지해도 괜찮을까요. 인력으로 하는 단속엔 서울교통공사 스스로도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는데 말이죠.

#6. 서울시-교통공사 엇박자…뉴스 보고 알았다?

서울시나 교통공사가 부정승차 방지 대책을 고민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교통공사 출범을 준비하며 '부정승차 자동단속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30년까지 총 7조8066억원을 투입할 '서울지하철 안전보강대책'의 일환이죠. 서울시는 △지능형 CCTV △객차혼잡도 안내 △부정승차 자동단속 시스템 을 아우르는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출범(2017년 5월 31일) 두 달 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뉴스래빗 취재 결과 서울교통공사 내 어느 유관부서도 이 대책의 실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양사(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 업무분장을 맡고 있는 안전기획처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홍보한 건은 우리도 기사를 통해 안다"는 황당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2030년까지 총 7조8066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계획이지만 관련 보도 5개월이 지나도록 내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안전기획처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 출범 후 현재 진행 중인 업무에 대해서만 분담이 완료됐다"라며 "계획 중인 사업은 아직 어느 부서에서 진행을 담당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란 말만 반복했습니다.

여러 다른 부서에도 알아봤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부정승차를 관리하는 영업기획처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영업기획처 관계자 역시 이 계획에 대해 "당시(3월)에 네이버 뉴스에서 봤다"고 답했습니다. 또 "자동단속 시스템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지만, 자동으로 부정승차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최근 일부 수도권 지하철 노선은 만성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만65세 이상 무임승차 혜택을 없애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노년층 여론은 악화됐고, 정부도, 서울시도, 노선 운영사도 따가운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황입니다.

합법적 무임승차를 당장 없앨지에 대한 논의보다 명백히 불법인 부정승차부터 철저히 단속하는게 먼저 아닐까요. 어렵고 난해한 신규 대책을 강구하기보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아니 당연히 해야할 단속 강화로 적자폭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급한 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간 관련 정책 협의 및 소통입니다 !.!
# DJ 래빗? 뉴스래빗이 고민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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