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깜짝방문 문재인 대통령… 과로순직 여 사무관 자리 '물끄러미'

기재부 업무보고 전 예고 없이 들러…취임후 세종청사 첫 방문
복지장관에 "공무원 복지 책임 못지면 국민복지 책임 못진다"
다둥이 아빠 '육아휴직급여 인상' 감사에 "대통령 덕분" 농담도
25일 오후 보건복지부가 들어서 있는 정부 세종청사 10동이 갑자기 떠들썩해졌다.이날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게 돼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업무보고에 앞서 예고도 없이 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방문한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날 방문이 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처음 정부 세종청사를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늦게 문 대통령 방문 소식을 들은 공무원들은 복도로 몰려나와 문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하고 '셀카'를 찍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 지원, 노숙인 복지, 취약계층 의료급여 등 격무로 유명한 이곳을 '깜짝 방문'해서 직원들을 격려할 참이었다.

복지부 내에서도 극소수 간부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복지정책관실을 행선지로 고른 또 다른 이유는 올해 1월 세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 일하다가 휴일 출근 중 청사에서 순직한 김 모 사무관이 근무한 부서가 이곳이기도 해서다.당시 문 대통령은 SNS에 "과로로 숨진 여성 공무원의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진다"고 적어 위로의 마음을 표한 바 있다.

복지정책관실로 들어선 문 대통령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김 사무관이 앉아서 일하던 자리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침통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한동안 그곳을 뜨지 못한 채 물끄러미 자리를 쳐다봤다.김 사무관과 일하던 동료들과 마주앉은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으러 내려오는 길에 김 사무관 자리를 들러보고 싶었다"며 "그나마 이른 시일 내 순직으로 인정돼 다행스러운데 같은 부서 분들이 가슴이 아플 것 같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복지 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어서 업무가 더 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면서 "여러분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김 사무관의 순직 후 휴일 근무를 줄이고 유연 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배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복지 공무원들 복지를 책임지지 못 하면 국민복지를 어떻게 책임지겠나"라고 웃으면서 말하고 "국·과장님들, 직원들 연차 휴가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실 건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 직원으로부터 '다른 부처에 비해 인원이 20∼30%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복지국가로 가면서 복지 업무가 늘어나서 그런 것 같다"며 직무평가 분석 등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오간 가운데 자신을 '골드미스'라고 소개한 한 직원은 "임신과 육아를 하는 직원뿐만 아니라 저처럼 미혼인 직원도 휴식 있는 삶을 함께할 수 있게 배려해달라"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세 자녀를 둔 다른 남성 직원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 실태는 어떤가"라며 남성 육아휴직에 관심을 보였다.

이 직원이 '(육아휴직 급여가) 150만원으로 인상된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놓였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대통령 덕분이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상급자가 싫어하지 않더라도 '내가 가면 다른 동료들이 일을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해 휴직하기가 쉽지 않다"며 "등을 떠밀어서라도 육아휴직을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아이 세 명부터는 출산부터 졸업까지 책임지겠다고 한 제 공약을 기억하셔야 한다"며 "적당한 시기에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부처별로 받아보라"고 지시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