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에 북핵 위험까지…경기, 브레이크 걸리나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반전

새 정부 기대효과 줄어들고 집값 상승세 둔화 전망에 소비심리 더 움츠러들어
수출 품목별 명암 엇갈려…전반적인 경쟁력 하락 우려
수출 생산 투자 등 경기 회복을 이끌어오던 지표에 이상기류가 나타나는 가운데 부정적인 수치가 하나둘 더해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기대로 고공행진하던 소비자 심리는 북핵 등 지정학적 위험 탓에 7개월 만에 고꾸라졌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은 집값 상승세 둔화 전망으로 이어져 소비자를 더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9.9로 전월보다 1.3포인트 떨어지며 7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 효과가 어느 정도 줄어든 데다 북핵 위험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1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93.3까지 떨어졌다. 2월부터 반등하더니 7월까지 6개월간 17.9포인트 뛰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연초보다 그만큼 낙관적이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8월엔 이 같은 기대심리가 꺾였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항목 6개 중 4개가 일제히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현재경기판단지수(93)와 향후경기전망지수(104)가 전월 대비 각각 3포인트, 5포인트 떨어졌다. 현재경기판단지수는 지난 6개월간 45포인트 올라 이달엔 소폭 조정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있다.

주택가격전망지수 급락이 두드러졌다. 1년 뒤 집값 전망을 물어본 주택가격전망지수는 8월 99로 집계돼 전월 대비 16포인트 떨어졌다. 5개월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주저앉았을 뿐 아니라 통계 발표 후 최대 급락 폭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가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도시 22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박상우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앞으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며 “주택을 보유한 가구보다 무주택자들의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여전히 수출은 호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증가세가 급격하게 꺾이는 모습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17년 7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39.42(2010년 100 기준)로 지난해 동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수출물량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 중이지만 상승률은 주춤해지고 있다. 상승률은 올 2월 9.9%를 기록한 뒤 3월과 4월엔 각각 4.6%, 4.5%를 나타냈다. 5월 1.5%로 내려앉았다가 6월(2.4%) 소폭 회복하는 듯하더니 지난달엔 0.1%에 머물렀다. 7월엔 전월(144.59) 대비로도 낮아졌다.상승세 둔화는 석탄·석유제품 영향이 컸다. 품목별로 보면 전기·전자기기(1.9%), 정밀기기(18.2%) 등은 증가했지만 석탄·석유제품(-12.7%), 섬유·가죽제품(-10.5%)이 크게 감소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대만·일본 등에서 수출이 급감하면서 한국 기업이 반사효과를 누린 데 대한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 호조 자체가 반도체·컴퓨터 부품 등 일부 품목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 하락이나 수요 감소와 관련한 기조적인 변화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