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하늘 모퉁이 연못 - 권대웅(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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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하늘 모퉁이 연못 - 권대웅(1962~)
물속에서 잠자리 날개가 어른거렸다
저녁 바람이 두어 번 두드렸을 뿐인데
연못을 들어올리며 날아오르는 잠자리
물결이 하늘 가장자리로 퍼진다
물을 열고 들어가면
투명한 하늘 물고기 살 속 같은 구름
햇빛 너울 너머
또 하나의 연못이 어른거리며
이곳 속 저 너머의 경계가 뒤바뀔 때가 있다
그때 내가 살았던 것일까
지금 살고 있는 것일까
물살에 날개가 비칠 때마다
붕붕 연못이 날아가고
빗방울이 모여들어 구름이 된다
초저녁 달 창문에 불이 켜졌을 뿐인데
연못이 환하다
그 창밖과 이 창 안을 오고 가며
잠자리 날개가 세상을 끌고 가고 있다
시집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문학동네)中
빗물이 고이면 발아래에도 또 하나의 세상이 생깁니다. 그 안으로 비가 갠 뒤의 맑은 하늘과 구름, 비행기가 지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새삼 신기합니다. 아주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을 보듯이 재미있기도 합니다. 지루하게 비가 오던 늦여름이 지나가고, 곧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오겠지요. 연못 안에 비친 잠자리가 가장자리로 휙 날아가듯이, 활기차게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