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우주로 향하는 AI… 소행성 충돌 예측하고 달 탐사 길잡이 역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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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지름 4.3㎞에 이르는 ‘플로렌스’로 불리는 소행성 하나가 지구에서 700만㎞ 떨어진 거리를 스쳐 지나간다. 지구와 달 사이 평균 거리보다 18배 먼 위치를 지나지만 100년 전 소행성이 처음 관측된 이래 지구 주변을 지나는 가장 큰 소행성이다. 1998년 지구와 소행성 충돌을 그린 영화 ‘아마겟돈’에 등장하는 소행성과 비슷한 규모라는 점에서 과학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천문학계에 따르면 플로렌스처럼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약 1만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 위협이 되는 수m~수십m 크기 소행성은 해마다 1000여 개가 발견되지만 대부분 지구 가까이 접근했을 때 발견되고 있어 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자들은 길어야 1년 전에야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시간은 충돌에 대비하는 데 충분치 않다.
최근 인공지능(AI) 과학자들이 재앙에 대비하는 천문학자를 돕고 있다. AI의 학습 원리인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이용해 소행성과 혜성의 궤적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을 서둘러 식별할 수 있다. 머신러닝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판단이나 예측을 하는 AI의 핵심 기술이다. 유성우 분석 속도가 빨라지면 소행성이나 혜성 궤도 거리와 위험성을 더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하는 다섯 개 AI 시범 연구 중 하나다. 지난 17일 미국 샌타클래라에 있는 인텔에서 NASA 프런티어 개발랩 연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AI가 얼마나 우주 연구에 속도를 높였는지 소개하는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세티)’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세티(SETI)란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다. 지능을 갖춘 생명체라면 규칙적인 전파를 전송할 것이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외계 신호 분석에는 세계 곳곳의 연구자뿐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자가 제공한 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술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NASA 엔지니어뿐 아니라 인텔과 IBM, 엔비디아, 록히드마틴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빌 다이아몬드 SETI 연구소 최고경영자는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소비자의 소비 습관과 태그한 사진을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 기초 과학 분야에선 광범위하게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NASA 프런티어 개발랩은 2년여에 걸쳐 우주 과학에서 AI 연구를 지원해왔다. 천문학자들은 AI를 활용한 혜성 감시 프로젝트에 흥분했지만 동시에 회의적인 반응을 냈다.
공전주기가 200년인 장주기 혜성은 목성보다 먼 거리에 공전 궤도가 있다. 이는 직접 관찰하기엔 너무 먼 거리다. 과학자들은 혜성이 남기고 간 잔해에서 증거를 찾고 있다. 지구가 공전하면서 혜성이 남긴 잔해 속을 지나갈 때 나타나는 유성우는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연구자들은 일반인이 촬영한 사진을 활용해 구름이나 비행기, 반딧불이로부터 별똥별을 구분하는 이미지 분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전에는 구분하지 못했던 유성우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유성우를 찾아내면 인간이 그간 찾지 못했던 장주기 혜성의 증거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2개월간 분석한 결과에서 사람이 분류한 유성들의 90%가 일치했다. 이 시범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은 100만여 개 유성을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인공신경망이 검출한 유성이 확실하다는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기 원하고 있다. 마르셀로 데 시코 브라질 국립천문연구소 프로젝트 과학자는 “우리는 아는 게 사실상 없다”며 “우리가 보는 것만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연구 그룹은 인텔의 딥러닝 플랫폼인 ‘너바나’를 이용해 달 지도의 해상도를 높이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진은 달 분화구인 크레이터를 명확히 분류하기 위해 인공신경망도 활용하고 있다. 분석 결과 이미지 분류 속도는 사람이 분류했을 때 98%에 정확성은 5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달의 남극에서 물을 찾기 위해 발사된 달 탐사 로봇이 지도에 없는 크레이터에 빠지지 않도록 지도를 개발하고 있다. 달의 극지방은 햇빛이 거의 들지 않은 어두운 지역으로 그림자 때문에 크레이터를 구별하기 어렵다. 달 표면의 38%는 빛이 들지 않은 지역이다. 두 과학자 그룹은 IBM과 록히드마틴의 후원을 받아 태양이 갑자기 에너지를 내뿜는 태양 폭발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태양 폭발이 일어나면 고에너지 입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강력한 전자기 펄스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력망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한다. 플레어넷으로 불리는 연구 그룹은 태양 폭발을 예측하는 세계적 기관인 미국해양대기청(NOAA)보다 태양 폭발을 더 정확히 예측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파 NASA 프런티어개발랩 책임자는 “AI를 활용해 몇 개월에 걸쳐 진행해야 할 연구를 몇 시간 안에 할 수 있게 됐다”며 “AI가 연구 흐름을 획기적으로 뒤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학자들은 AI 연구가 시범 단계를 넘어 실질적 연구 프로젝트로 확대되길 원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천문학계에 따르면 플로렌스처럼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약 1만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 위협이 되는 수m~수십m 크기 소행성은 해마다 1000여 개가 발견되지만 대부분 지구 가까이 접근했을 때 발견되고 있어 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자들은 길어야 1년 전에야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시간은 충돌에 대비하는 데 충분치 않다.
최근 인공지능(AI) 과학자들이 재앙에 대비하는 천문학자를 돕고 있다. AI의 학습 원리인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이용해 소행성과 혜성의 궤적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을 서둘러 식별할 수 있다. 머신러닝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판단이나 예측을 하는 AI의 핵심 기술이다. 유성우 분석 속도가 빨라지면 소행성이나 혜성 궤도 거리와 위험성을 더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하는 다섯 개 AI 시범 연구 중 하나다. 지난 17일 미국 샌타클래라에 있는 인텔에서 NASA 프런티어 개발랩 연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AI가 얼마나 우주 연구에 속도를 높였는지 소개하는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세티)’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세티(SETI)란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다. 지능을 갖춘 생명체라면 규칙적인 전파를 전송할 것이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외계 신호 분석에는 세계 곳곳의 연구자뿐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자가 제공한 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술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NASA 엔지니어뿐 아니라 인텔과 IBM, 엔비디아, 록히드마틴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빌 다이아몬드 SETI 연구소 최고경영자는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소비자의 소비 습관과 태그한 사진을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 기초 과학 분야에선 광범위하게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NASA 프런티어 개발랩은 2년여에 걸쳐 우주 과학에서 AI 연구를 지원해왔다. 천문학자들은 AI를 활용한 혜성 감시 프로젝트에 흥분했지만 동시에 회의적인 반응을 냈다.
공전주기가 200년인 장주기 혜성은 목성보다 먼 거리에 공전 궤도가 있다. 이는 직접 관찰하기엔 너무 먼 거리다. 과학자들은 혜성이 남기고 간 잔해에서 증거를 찾고 있다. 지구가 공전하면서 혜성이 남긴 잔해 속을 지나갈 때 나타나는 유성우는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연구자들은 일반인이 촬영한 사진을 활용해 구름이나 비행기, 반딧불이로부터 별똥별을 구분하는 이미지 분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전에는 구분하지 못했던 유성우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유성우를 찾아내면 인간이 그간 찾지 못했던 장주기 혜성의 증거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2개월간 분석한 결과에서 사람이 분류한 유성들의 90%가 일치했다. 이 시범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은 100만여 개 유성을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인공신경망이 검출한 유성이 확실하다는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기 원하고 있다. 마르셀로 데 시코 브라질 국립천문연구소 프로젝트 과학자는 “우리는 아는 게 사실상 없다”며 “우리가 보는 것만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연구 그룹은 인텔의 딥러닝 플랫폼인 ‘너바나’를 이용해 달 지도의 해상도를 높이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진은 달 분화구인 크레이터를 명확히 분류하기 위해 인공신경망도 활용하고 있다. 분석 결과 이미지 분류 속도는 사람이 분류했을 때 98%에 정확성은 5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달의 남극에서 물을 찾기 위해 발사된 달 탐사 로봇이 지도에 없는 크레이터에 빠지지 않도록 지도를 개발하고 있다. 달의 극지방은 햇빛이 거의 들지 않은 어두운 지역으로 그림자 때문에 크레이터를 구별하기 어렵다. 달 표면의 38%는 빛이 들지 않은 지역이다. 두 과학자 그룹은 IBM과 록히드마틴의 후원을 받아 태양이 갑자기 에너지를 내뿜는 태양 폭발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태양 폭발이 일어나면 고에너지 입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강력한 전자기 펄스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력망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한다. 플레어넷으로 불리는 연구 그룹은 태양 폭발을 예측하는 세계적 기관인 미국해양대기청(NOAA)보다 태양 폭발을 더 정확히 예측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파 NASA 프런티어개발랩 책임자는 “AI를 활용해 몇 개월에 걸쳐 진행해야 할 연구를 몇 시간 안에 할 수 있게 됐다”며 “AI가 연구 흐름을 획기적으로 뒤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학자들은 AI 연구가 시범 단계를 넘어 실질적 연구 프로젝트로 확대되길 원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