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마르크스주의'보다 나쁘다 ?… 액티브 매니저의 '역공'

"기업체력 고려 않고 기계적 투자, 시장 효율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일본 공적연금, 추가 투자 중단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상품에 추가로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TF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50조엔(약 1544조원)을 운용하는 GPIF는 ETF 등 패시브펀드 시장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한다며 액티브펀드시장에 더 많은 자금을 배정키로 결정했다.GPIF 등이 ETF시장의 급속한 팽창을 우려하는 건 투자금을 집행하는 방식 때문이다. ETF는 지수를 구성하는 주식, 상품 비중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한다.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액티브펀드와 반대다. ETF에 투자하면 실적이 안 좋거나, 악재가 있는 기업에도 지수개발자가 사전에 정한 비율대로 투자금이 유입된다.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이라고 해서 투자금이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식의 투자가 지속되면 종목 간 우열이 희미해지면서 더 좋은 기업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는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샌퍼드 번스타인의 이니고 프레이저 젠킨스 등 애널리스트들이 ‘노예제도로 가는 침묵의 길’이라는 리포트에서 “패시브 투자는 주식시장을 망가뜨리는 지름길로 마르크스주의보다 나쁘다”는 혹평을 내놓은 이유다. 이에 대해 ETF 옹호론자들은 패시브상품이 시장의 흐름을 왜곡할 정도가 되려면 지금보다 규모가 훨씬 커져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