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홍삼… 면세점 쓸어담는 '따이궁 군단'

韓·中 오가는 면세품 보따리상
시내면세점 매출 60~70% 차지
일부 국내에 되팔아 '시장 교란'
‘중국인 불법 보따리상’인 따이궁(代工)이 국내 면세점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면세점 외국인 매출의 절반 이상을 따이궁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렇게 구매한 물건의 상당량이 국내 암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28일 경찰과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따이궁이 급증, 국내 면세점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행사들이 급감한 중국 관광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따이궁 모시기’에 올인하고 있다. 면세점에서 받는 매출 대비 20~30%의 수수료 중 일부를 인센티브로 떼주는 방식으로 따이궁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전문 여행사 중에는 따이궁 비중이 80%에 달하는 곳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여행사 간 경쟁을 붙여서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따이궁의 사례도 많이 회자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의 한국산 화장품과 홍삼의 80~90%를 따이궁이 싹쓸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면세점들은 매출을 위해 따이궁의 불법적인 행태에 눈을 감고 있다. 지난달 면세점의 외국인 방문객이 45% 급감했지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이궁이 대량 구매한 면세품 중 일부는 국내 암시장에 풀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유통되는 면세품을 적발해보면 따이궁의 손을 거친 물건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배를 타고 오가며 공산품 등을 밀수출하던 과거와 달리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세대 따이궁’의 등장도 특징이다.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불법 유통조직과 연계해 면세품을 암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따이궁(代工)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물건을 대신 구입해주는 보따리상을 일컫는 말이다. 면세제도 등을 활용해 저렴하게 물품을 구매한 뒤 불법 유통을 통해 이윤을 남기기도 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