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새 6조 순유출… 동양자산운용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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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민연금서 2조 회수…MMF도 한달 새 바닥 드러나채권 운용 ‘명가’인 동양자산운용이 밀려드는 환매로 2015년 9월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석 달 새 운용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이 6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초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동양자산운용에서 약 2조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1조8000억원 규모였던 머니마켓펀드(MMF)는 최근 한 달 새 바닥을 드러냈다.
최근 수익률 높이기 위해 고위험자산 늘린 게 '화근'
'채권 명가' 명성 흔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동양자산운용의 고객 순자산 총액은 21조3588억원으로 나타났다. 100일 전인 지난 5월18일 이 회사의 순자산 총액은 27조2576억원이었다. 이 기간에 전체 자금의 21.6%(5조8988억원)가 빠져나갔다.동양자산운용의 자금 유출 속도는 하반기에 접어들며 급격히 빨라졌다. 지난달 초 국민연금은 2조원가량의 채권 부문 일임 자금을 동양자산운용에서 일부 회수했다. 동양자산운용이 올 상반기에 국민연금의 벤치마크 수익률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를 낸 게 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들어선 ‘동양 큰만족 신종 MMF 3호’에서 ‘펀드런(대규모 환매)’이 일어났다. 이달 초 1조8269억원이었던 이 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1억원 이하로 줄었다. ‘동양 큰만족 법인MMF1(국공채)’에서도 이번달에 3466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MMF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콜 등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되돌려주는 상품이다. 동양 큰만족 신종 MMF 3호는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KAI)의 3개월짜리 CP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이 사실을 인지한 기관투자가들은 한꺼번에 펀드 환매를 요청했고, 동양자산운용은 수익률 악화를 이유로 펀드 환매를 연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담당 펀드매니저는 “단기 자금을 보관하는 성격의 MMF는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돼 안정적인 운용과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채권 운용 경험이 풍부한 동양자산운용에서 펀드런이 일어났다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동양자산운용은 전통적으로 채권 운용에 강점을 보였다. 모회사인 동양생명 이외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은행이나 보험, 연기금 등에서 꾸준히 자금을 유치했다. 전체 순자산 가운데 채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75.2%(16조695억원)에 달한다.하지만 최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투자에 나선 게 대규모 환매 사태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동양자산운용은 8월 운용보고서에서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7월과 8월엔 펀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자산을 편입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양자산운용 경영진의 경영 스타일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줄어든 수탁액을 회복하기 위해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과도하게 실적 개선 압박을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이 펀드를 공격적으로 운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펀드매니저와 관리직 직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권태오, 임정환 펀드매니저 등이 회사를 떠났다. 경영 지원 부서의 이탈자도 속출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