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멈췄던 원자로 80% 재가동"… '원전 체제'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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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던 일본 원전 중 이미 5기가 재가동 중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로 4기가 노(爐)에 불을 붙일 예정이다. 일부 노후 원전을 제외하고 일본 내 재가동이 가능한 원전의 80%가량이 재가동을 신청한 만큼 수년 안에 일본이 정상적인 ‘원전 체제’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탈원전 정책 전면 선회
"원전 배제하고 에너지 정책 수립 불가능" 판단
이미 5기 재가동…내년 상반기까지 4기 추가
"안정적 전력 공급·기술 확보 위해 원전 필요"
잇따라 불 밝히는 일본 원전지난 28일 규슈전력은 사가현 겐카이초에 있는 겐카이원전 3호기를 내년 1월 중 재가동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재가동에 필요한 절차 중 최종단계인 ‘사용전 검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용전 검사’는 가동이 중단됐던 원전 설비가 제대로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조치다. 강화된 내진 설계에 따른 보강공사 등 안전대책이 계획대로 이뤄졌는지, 냉각시설 등이 잘 작동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원자로가 가동을 재개한 뒤에도 원자로 내부 온도 변화 등을 점검한다.
규슈전력은 예정대로 관련 조치가 진행되면 내년 1월 원자로를 재가동해 2~3일 뒤에 송전을 시작하고, 1~2주 뒤에 출력을 100%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이 없다는 것이 최종 확인되면 2월께 겐카이원전 3호기가 정상 영업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규슈전력은 겐카이원전 4호기에 대해서도 늦어도 올 12월까지 사용전 검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같은 날 간사이전력은 후쿠이현에 있는 오이원전 3·4호기의 재가동을 위한 사용전 검사 신청서를 원자력규제위에 냈다. 오이원전 3호기는 2018년 1월 중순, 4호기는 3월 중순께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상 영업운전은 3호기가 2월, 4호기가 4월로 전망되는 만큼 간사이전력은 내년 5월께면 추가 전기요금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권한 이후 일본은 옛 민주당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서 전면 선회해 원전 재가동 정책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2015년 8월 가고시마현의 센다이 1호기 재가동을 시작으로 이카타 3호기, 다카하마 3·4호기 등이 차례로 스위치를 다시 올렸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멈춰섰던 원전 중 재가동돼 상업발전을 재개한 것은 총 5기에 이른다.
원자력규제위로부터 ‘재가동을 해도 좋다’는 최종인가를 받고 재가동 준비에 들어간 곳도 미하마 3호기, 다카하마 1·2호기 등 7기나 된다. 이번에 겐카이 3·4호기와 오이 3·4호기는 구체적인 재가동 시점까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 밖에 일본 전역에서 16개 원전의 26기 원자로가 재가동을 신청했다. 재가동이 가능한 일본 내 원전이 43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년 안에 ‘원전 체제’로의 복귀가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에너지 계획에 원전 신설 반영될까
단순히 몇 년간 가동을 멈췄던 원전들을 재가동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일본 정부는 국가산업전략의 기반으로서 원전을 바라보면서 전력수급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이달부터 경제산업성은 국가적 에너지정책 지침인 ‘에너지 기본계획’의 재검토를 시작했다.경제산업성은 내년 3월까지 새 계획의 초안을 내놓기로 했다. 지난 9일에는 에너지 기본계획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산업성 자문기구인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가 분과회의를 열고 에너지정책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사카네 마사히로 조사회장이 “재생에너지 도입이 확대되더라도 원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등 원전문제가 논의의 초점이 됐다.
일본 언론들은 경제산업성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기술·인재 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원전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에너지 기본계획에 명시적으로 담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원전 신·증설과 개축 필요성이 반영될 가능성도 높다.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가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각료회의에서 2년마다 작성하는 에너지 기본계획이 확정된다.
앞서 아베 정부는 2015년에 내놓은 ‘에너지 수급 전망’에서 전체 전력원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2%대에서 2030년까지 20~22%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재생에너지(22~24%), LNG와 석탄·석유를 비롯한 화력(56%) 등과 균형 잡힌 전원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및 전기료 억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가격 등을 고려할 때 원전을 배제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 원전 복귀의 이유로 꼽혔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