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응징'으로 급선회한 문 대통령… 대화의 끈 놓지 않아

靑 "北이 대화국면 만들지 않으면 우리도 대응 조치한다"
국면전환 흐름서 나온 도발 '좌시할 수 없다' 판단
"남북관계 대전환 이뤄야"…투트랙 전략 '고심'할 듯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도 '대화'의 발신음을 지속적으로 보내던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응징'으로 돌아섰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강온 양면의 '투트랙 전략'을 유지해나가겠다는 소신도 굽히지 않은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 이상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선(線)'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독자·양자·다자적 외교수단은 물론 군사적 대응카드까지 전방적으로 동원해 맞대응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전 정의용 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내용을 보고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이에 따라 군은 즉시 F15K 전투기를 출격시켜 MK84 폭탄 8발을 태백 필승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을 했고 미국 전략자산 전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북한의 도발에 강도 높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이번 도발의 수준이 그만큼 엄중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흘 전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을 때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항의하는 연례적인 '저강도 도발'이라고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도발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도발이 UFG에 대응한다는 차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세세히 다 얘기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북한의 의도를) 추정하는 바는 있다"고 대답했다.

북한의 '괌 도발' 검토 위협으로 고조됐던 긴장이 다소 완화되는 듯한 시점에 이번 도발이 나왔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단호한 대응을 지시한 배경이 될 수 있다.

이날 미사일 도발 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화를 제의했음에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사실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문 대통령은 취임 후 잇단 북의 도발에도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고 최근에는 미국 정부도 북한의 최근 잠행을 '도발 자제'로 평가하면서 국면전환의 기대감이 커지는 시기였다.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온 청와대로서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확률이 높다.

특히나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에는 우리가 운전석에 앉겠다고 한 '운전자론'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됨으로써 '유화 제스처'를 취하던 미국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고 나면 우리 정부가 취할 선택지는 그만큼 폭이 좁아지고 '운전자론'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을 상대로 한 제재와 압박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대화 기조를 강조해 온 청와대지만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도발이 계속되면 대화 가능성이 작아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강력한 응징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략적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한 길로만 갈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전술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있고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도 있는데 그 국면은 계속 요동치며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이 계속된다고 해서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는게 문 대통령의 상황인식이다.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담판을 요구하는 북한의 도발에 강공 대응을 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의 최대 당사자로서 '운전석'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민주평통이 남북관계 개선·발전을 논의하는 헌법 기구로서의 역할을 잘 담당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정권의 적통을 계승하는 문재인 정권의 상징적 과제와도 같은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대화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에 '대화를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큰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