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 경영] 기업과 동행… '꽃길' 걷는 문화예술

삼성·현대자동차·LG·크라운해태 등
문화예술 지원하는 메세나 활발

국악·문학·연극·무용계 氣 살고
소외계층 학생들 예술체험 기회
지난 16일 경기 양주 크라운해태 연수원. 어린이 130여 명이 국악기를 하나씩 챙겨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 손에 해금을, 한 손에 활을 쥔 어린이가 국악연주단체인 락음국악단 연주자들의 지도에 따라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 잡아본 악기의 매력에 빠진 듯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크라운해태 국악캠프’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해설이 있는 국악교실’ 현장이다. 락음국악단 연주자들은 어린이들에게 가야금, 해금, 아쟁, 거문고 등 국악기의 소리를 하나씩 들려주고 동요, 만화영화 주제가 등 아이들에게 친숙한 음악을 연주했다. 프로그램을 참관한 충북 서산 동암초교의 정영란 교사는 “아이들이 아쟁이나 해금 같은 국악기를 직접 만져보는 기회는 거의 없다”며 “국악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운해태제과가 2014년 시작해 올해 4년째 열고 있는 이 캠프는 여름방학 기간에 2박3일 동안 열린다. 이번 캠프에는 경기 포천 내촌초교, 경남 밀양의 행복한지역아동센터와 초동지역아동센터, 충북 서산 운신초교와 동암초교, 경기 의정부 어룡초교 등 평소 문화예술을 접하기 쉽지 않은 지역의 초등학생들을 초청했다. 락음국악단, 동락연희단의 국악 체험 교실과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인 ‘배꽃 떨어지니 봄이로다’의 국악 뮤지컬과 교육연극 전문단체인 아트브릿지의 역사연극 등 어린이들이 전통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난 18~20일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에는 클래식 선율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마을 주민들과 초·중학교 학생들이 2015년부터 매년 여름에 함께 여는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가 펼쳐진 것이다. 계촌초교 운동장에는 잔디밭이 깔리고 마을 곳곳에는 벽화가 그려지고, 거리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설치됐다.
마을에는 아침부터 낮까지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원주시립교향악단, 서울 아르떼 여성합창단, 피아니스트 조재혁, 몽라퀸텟, 하림의 아프리카 오버랜드, 한빛예술단, 온드림 앙상블, 디토 오케스트라, 노선택과 소울소스 등 다채로운 연주팀이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감미로운 공연을 선보였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지역과 사회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공연·전시장 건립·운영, 예술인과 예술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과 지역 소외계층 문화 향유 등 ‘생활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메세나란 기업이나 개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의미한다. 로마시대 첫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의 친구이자 대신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했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국내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1965년 삼성문화재단, 1969년 LG연암문화재단 등 1960년대 대기업 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본격화했다. 1990년대까지는 공연장, 미술관 등 문화시설 건립 및 운영, 음악 영재 양성 등에 집중하면서 한국 문화예술의 현대적 발전해 기여해 왔다.

기업들이 운영하는 문화예술 시설은 전시·공연 등을 통한 신인 예술가 발굴의 장으로 활용됐고, 대중의 문화 접근성 향상에도 기여했다. 클래식과 미술에 쏠리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2000년대 들어 국악, 문학, 연극, 무용, 대중문화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분야로 꾸준히 확산돼 왔다.제도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예술가 후원, 일반 학생과 문화 소외 계층에 대한 예술 향유 기회 제공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가 매년 매출 및 자산총계 기준 국내 상위 500대 기업과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기업문화재단 포함)은 2026억원으로 전년(1805억원)에 비해 12.2% 증가했다. 모두 497개 기업이 1463건의 사업에 지원한 총액이다.

기업의 예술지원 창구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문화재단을 통한 지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기업문화재단의 2016년 지원총액은 919억원으로 전년(788억원) 대비 16.6% 늘었다. 전체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4%로 2011년(33.2%)에 비해 12.2%포인트 증가했다.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국민의 문화 수요가 커지고 다양해지면서 기업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메세나의 지원 분야와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