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근로시간 단축, 유예기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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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 국회 찾아가 기업별 '단계적 단축' 요청대한상공회의소가 30일 국회에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각종 경제 현안을 둘러싼 논란을 입법으로 해결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했다. 다만 이번 정기국회 최대 현안인 근로시간 단축에서 기존 경제계 주장보다 상당히 후퇴한 방안을 제시해 다른 경제단체들로부터 ‘엇박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년 유예·특별연장근로 등
경제계가 주장해온 내용 건의문서 제외…배경 '의구심'
중기중앙회·경총 "코드 맞추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을 만나 건의문을 전달했다. 대한상의는 건의문에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중소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해 달라”고 제안했다.한정애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일부 여당 의원들은 “휴일근로 16시간을 별도로 인정하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폐기해 당장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부 해석상 법정 최대 주 근로시간은 ‘정규 40시간+연장 12시간+휴일 16시간’ 등 총 68시간이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유예기간 없이 즉시 근로시간을 줄이면 많은 기업이 일시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더 심해진다”고 호소했다. 대한상의는 다만 휴일근로 할증률을 현행(통상임금의 50%)대로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또 기업 규모별 단계적 시행에서 유예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고, 한시적으로 주 60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근로시간 단축 이슈를 주도해 온 다른 경제단체들은 10년 이상의 단계적 적용 유예, 특별연장근로 도입, 연장근로 수당 할증률 축소(50%→20~30%) 등을 요청해 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메가톤급’ 이슈에서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의가 다른 경제단체들과 엇박자를 내면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다른 현안에서도 기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가 기업의 어려움을 대변하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코드를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다른 쟁점에서 다소 후퇴하더라도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점진적 단축이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하는 행정해석 폐기보다 낫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